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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첫 법관 탄핵, 임성근 탄핵심판사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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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10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 피청구인석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10일 오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에 출석, 피청구인석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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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의 법조스토리에서는 법원, 검찰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법조계의 다양한 이슈들을 다뤄보려 합니다. 주요 사건의 법적 쟁점이나 전망, 사건의 이면, 기사로 쓰지 못한 뒷얘기 등을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은 자유롭게 써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스토리로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청구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헌정 사상 처음 법관 신분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청구 사건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6일 두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한 헌재는 다음달 10일 최종 변론기일을 가진 뒤 본격적인 심리를 거쳐 최종 결론을 도출하게 됩니다.


8월 10일 열리는 마지막 변론기일에는 청구인(소추위원) 측에서 각 증거들이 어떤 소추사실과 연결되는지를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설명하고, 피청구인(임성근 전 부장판사) 측에서 이에 대한 반박을 펼칠 예정입니다.


청구인 측은 제출된 증거들이 많아 3시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1시간 정도로 요약해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또 재판부는 청구인 측이 신청한 여러 증인들에 대한 신문과 임 전 부장판사 본인에 대한 신문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 ‘지시·강요에 의한 재판 개입’ vs ‘관행적인 조언·권유’, 관건은 법적 평가

다른 재판이나 헌법소원 사건 등과 달리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를 놓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이 첨예하게 다투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미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실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헌재가 증인이나 참고인에 대한 신문 절차를 굳이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이유죠.


국회의 소추사실 요지에 따르면 임 전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했던 2015~2016년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보도와 관련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쌍용차 집회 과정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혐의 사건 ▲오승환과 임창용 등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 혐의 사건 등 3건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 다쓰야 지국장 사건에서는 해당 사건 담당 재판부의 재판장에게 중간판결적 판단이나 판결선고 구술본 수정을 요청했고, 야구선수들 사건에서는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을 정식 공판절차에 회부한 판사를 불러 주변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권유해 결국 결정을 번복하게 만들었고,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서는 이미 선고된 판결문의 내용을 수정하게 함으로써 헌법상 사법권 독립,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고, 법원조직법이나 형사소송법을 위반했다는 게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사유입니다.


이들 소추사실은 앞서 임 전 부장판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형사재판 과정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됐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기사 말미에 임 전 부장판사가 언제, 어떤 행위를 해서 탄핵소추를 당하게 됐는지 따로 정리했습니다.


청구인 측이나 피청구인 측이나 법원의 1심 판결을 통해 확인된 위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투고 있지 않습니다. 양측의 차이는 위 행위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습니다. 즉 청구인 측이 임 전 부장판사의 위 행위들은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을 해친 ‘위헌·위법적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피청구인 측은 단순한 선배 판사로서의 ‘조언’ 내지 ‘권유’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왜 직권남용 혐의 ‘무죄’를 선고했나

탄핵소추 이전에 임 전 부장판사는 2019년 3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법원의 재판을 받았습니다. 재판 시작 거의 1년 만인 2020년 2월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문제된 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 내의 행위여야 되는데 애당초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에게는 그 같은 권한 자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좀 더 쉽게 애기하면 권한이 있어야 남용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데 애초부터 권한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권한 남용이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 점은 국정농단 사건이나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여러 피고인들에게 직권남용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제도를 구체화하여 실현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을 위해 행사돼야 한다”며 “검사의 주장처럼 사법행정권자가 계속 중인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와 소통하여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재판의 적정·신속을 지원하기 위해 참고자료를 전달하는 사법지원권한이나 대외 업무를 하기 위해 법관을 상대로 정보의 제공과 협조를 요청하는 협조요청권한은 사법행정의 한계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즉 임 전 부장판사에게 먼저 지시를 내린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나 법원행정처 차장, 법원장 등에게도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 진행이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형사수석부장판사 역시 그 같은 일반적인 직무권한 자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와 각 사건의 재판장이 취한 조치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고의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적인 행위와 발생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합니다. 즉 이번 사례의 경우 ‘임 전 부장판사가 그 같은 요청을 했기 때문에 재판장이 어떻게 했다’라는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죠. 재판부는 이 점을 부정했습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요청을 무조건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재판장들이 주심 판사 내지 배석 판사들과의 합의를 거쳐 결정한 만큼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판결이유에서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돼 징계사유 등에 해당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가토 다쓰야 사건 관련 임 전 부장판사의 중간판결적 판단 요청 행위나 구술본 수정 요청 행위 등은 “그 자체로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민변 체포치상 사건에서의 양형이유 수정 요청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그 자체로 계속 중인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고, 불가변경력이 있는 판결문 원본의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하여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위법한 행위다”라고 밝혔습니다. 야구선수 도박 사건의 공판절차 회부 결정을 번복시킨 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계속 중인 특정 사건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법적인 관점에서 임 전 부장판사에게 직권남용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었지만, 임 전 부장판사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행위들은 재판에 관여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을 해친 위헌적 행위임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여당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탄핵심판사건의 절차적·실체적 쟁점들

이번 사건에는 여러 가지 절차적·실체적 쟁점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3월 24일 진행된 준비기일과 6월 10일과 지난 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대부분의 쟁점들이 드러난 상태입니다.


먼저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동일한 사유로 인한 형사재판이나 징계처분과 탄핵심판 청구가 헌법상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하는지 ▲이미 퇴직한 공직자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능한지 등은 절차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소추사실에 포함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위법 내지 위헌적 행위라고 볼 수 있는지 ▲또 위법하다고 해도 과연 법관을 탄핵시킬만한 ‘중대한 법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는 실체적 문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피청구인 측은 국회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사전조사나 질의·토론 등 국회법상 절차를 생략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동일한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재판 과정, 그리고 그에 대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됐고 증거도 확보돼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없었다는 청구인측 반박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또 피청구인 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소추 사유들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돼 1심에서 직권남용 혐의 무죄가 선고됐고, 특히 야구선수들 관련 사안의 경우 완전히 동일한 사유로 임 전 부장판사가 ‘견책’의 징계처분까지 받은 만큼 탄핵심판청구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나 징계와 헌법상 탄핵제도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헌재가 이 같은 피청구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탄핵심판청구를 ‘각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절차적 쟁점 중 가장 핵심은 ‘이미 퇴직한 공직자에 대한 파면 결정이 가능한지’의 문제입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법은 제50조(권한 행사의 정지)에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정하고 있고, 제51조(심판절차의 정지)에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즉 탄핵심판 피청구인이 임기가 만료돼 공직에서 물러난 경우에 대한 직접적인 규정이 헌재법에 없는 데다, 아직까지 이 같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헌재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해석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편 헌재법 제53조(결정의 내용) 1항은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조 2항은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었을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탄핵심판 제도는 대통령이나 검찰총장, 법관 등 강화된 신분 보장으로 해임이 어려운 고위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파면을 통해 공직에서 몰아내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런데 임 전 부장판사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지난 2월 28일 퇴임했습니다. 즉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재에 탄핵심판을 청구할 당시에는 법관이었지만 헌재의 심리 도중 법관의 신분에서 벗어난 상태가 된 것이죠.


쉽게 말해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할 경우 ‘피청구인(임성근)을 법관직에서 파면한다’라는 주문을 내야 하는데, 이미 임 전 부장판사는 법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릴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달 10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이 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펼쳤습니다.


피청구인 측은 탄핵심판제도는 문제가 있는 공직자를 파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는 전제에서 이미 임 전 부장판사가 공직을 떠난 판큼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청구인측은 “탄핵심판제도의 기능은 단지 문제가 있는 공직자를 공직에서 파면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탄핵소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는 헌재의 과거 결정 내용을 원용하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법관 한 사람의 잘못을 따지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수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임 전 부장판사가 퇴직했다는 이유로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임기만료가 임박한 공직자가 위법한 행위를 저질러도 탄핵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될 것이고, 인사권자가 부주의를 가장해 위법한 행위를 한 공직자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탄핵을 피하는 것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청구인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주문의 형태입니다.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을 때 과연 어떤 형태의 주문을 낼 수 있는지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2차 변론기일 때 청구인측에서 2가지 주문 형태를 제안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는 파면 결정의 날짜를 피청구인이 현직에 재직하고 있던 마지막 날, 즉 임기 만료일로 지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주문 형태는 ‘피청구인을 2021년 2월 28일 법관직에서 파면한다’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고하는 날을 기준으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결정의 효력을 임기만료일이나 탄핵소추가 의결된 날 등 과거로 소급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주문 형태는 ‘피청구인을 법관직에서 파면한다. 이 결정의 효력은 2021년 2월 28일로 소급한다’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구인측은 이 같은 방법이 피청구인이 사퇴한 상태에서 탄핵결정을 통해 헌법질서를 수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써 위헌법률심판에서의 각종 변형결정, 헌법소원심판에서 주관적인 권리보호이익이 없더라도 객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될 때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를 선언한 점, 형벌법규가 아닌 경우에도 헌재 결정의 효력 발생 시점에 대한 탄력적인 해석을 통해 소급효를 인정한 경우가 있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피청구인 측은 헌재법에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공직자의 임기가 정지된다는 조항이 없는 이상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 진행을 막을 수는 없고, 심판의 이익은 탄핵심판청구 때는 물론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퇴임한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청구인 측 주장대로 법의 공백이 존재한다면 이는 국회가 헌재법 개정을 통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에, 헌재가 실정법을 벗어나 무리한 소급효 적용으로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입법권 침해에 해당되고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주장입니다.


다음 실체적 측면에서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청구인 측 주장대로 관행처럼 있어온 선배 법관의 조언이나 권유로 판단할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비록 임 전 부장판사로부터 각종 요청을 받았던 판사들도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지시나 강요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실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객관성이 떨어지는 진술이라 생각됩니다.


같은 독립관청이지만 검사와 판사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검찰청법에서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삭제됐지만, 여전히 검찰청법 제7조 1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의2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지청장이 소속 검사에게 자신의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하거나 소속 검사가 처리하는 직무를 다른 검사가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으로 수사가 이뤄지게 하기 위한 이유 등으로 상관인 검사가 부하 검사에게 수사에 관한 지시를 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판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헌법 제103조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리 직급상 상관인 판사라도 후배 판사의 재판에는 어떤 형태로든 관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헌재 역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들을 법관의 독립을 해친 위헌적 내지 위법적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만약 헌재가 이와 달리 판단한다면 향후에도 그 같은 유형의 관여행위는 헌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의미가 될 텐데,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 같습니다.


하지만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다고 해서 반드시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는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실정법(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법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헌재는 “헌재법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파면결정을 해야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는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헌재법 제53조 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문에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청구인측 주장대로 법원조직법이나 형사소송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판단하더라도, 이를 법관을 파면시킬만한 ‘중대한 법위반’으로 볼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 ‘단순각하’ vs ‘각하+위헌확인’ vs ‘인용+파면'

현 시점에서 헌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 정도입니다.


제일 먼저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해 법관의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헌재법의 문언에 가장 충실한 해석의 결과라 할 수 있고, 임 전 부장판사의 각 행위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또 중대한 법위반인지 등에 대해 상세한 결정 이유를 제시할 필요도 없어 헌재 입장에서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헌재가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 등 헌법질서 수호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헌재로선 선택하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두 번째는 청구인 측 주장대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고, 나아가 법관직 파면을 정당화시킬 만큼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탄핵심판청구를 인용하면서, 임 전 부장판사의 임기 만료일로 소급해 파면 결정을 내리는 경우입니다.


더 이상 같은 유형의 재판 개입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할 수 있고, 헌재가 헌법질서 수호라는 책무를 다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법 개정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를 헌재가 나서 무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헌재로선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각하’ 주문을 내면서도 결정 이유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각 행위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다는 점을 명백하게 밝히거나, 나아가 그 같은 법 위반 행위들이 그를 법관직에서 파면시켜야할 만큼 중대한 법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방법입니다. 국회에 탄핵소추가 의결된 공직자의 임기 진행을 정지시키는 내용의 헌재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결정문에 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헌법질서 수호의 책무를 외면했다는 비난이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해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을 모두 피할 수 있는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헌재를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합니다. 철저하게 법률 해석을 바탕으로 판결하는 법원과 달리 헌재가 헌법이나 법률을 해석하거나 공권력 행사의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판단할 때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은 문재인 대통령 때 임명됐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과 이은애 재판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해 문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입니다.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도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회장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3년 동안 역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모두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주장해왔던 단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사건은 헌재가 실정법을 이유로 소극적인 ‘각하’ 결정을 내릴 수도,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파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사안 같습니다.


9명의 재판관 각자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지, 또 헌재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탄핵심판청구 사건에서 파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올해 초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의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가 임 전 부장판사가 면담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거짓말이 탄로나 곤욕을 치렀습니다.


아마도 김 대법원장은 헌재가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어떤 행위가 문제됐나

먼저 가토 다쓰야 지국장 사건과 관련해서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증거조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된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한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선고 전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중간판결적 판단’ 요청입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해당 사건을 중요현안사건으로 분류해 이처럼 관리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의 명예훼손 문제가 걸린 사건이라 그 자체로 중요사건이긴 했지만, 특별히 더 신경을 썼던 이유는 ‘상고법원 설치’라는 사법부 숙원 사업을 이뤄내기 위해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전 부장판사로부터 이 같은 요청을 받은 이모 재판장은 실제 며칠 뒤 법정에서 ‘여러 증거나 법정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세월호 사건 당일 정윤회가 대통령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두 사람이 모처에서 만났다고 하는 가토 다쓰야가 기재한 소문의 내용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허위인 점이 증명됐다고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토 다쓰야의 변호인에게 앞으로는 ‘공공의 이익’과 ‘비방의 목적’에 변론을 집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기사에 게재된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툴 여지가 없으니, 보도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전제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구성요건인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다는 점을 주장하는데 방점을 둬 달라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한 것이죠.


재판이 모두 끝난 뒤 판결을 선고할 때 밝혀야 할 기사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재판 중간에 미리 결정해서 발표한 셈입니다. 통상적인 재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임종헌 당시 기조부장은 이날 모 일간지 기자를 만나 이 같은 재판 상황을 설명하고 신문에 크게 보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임 전 부장판사는 임 전 기조부장의 지시에 따라 판결문에 기재되는 판결이유까지 수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재판장으로부터 판결을 선고하는 날 법정에서 낭독할 판결이유 구술본을 미리 받아 확인한 뒤 직접 수정해서 이메일로 전달했습니다.


애초 재판장은 주심판사 등과의 합의를 거쳐 ‘대한민국 최고의 공적 존재인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 성립을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에서 가토 다쓰야의 행위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지만, 이 같은 수정 과정을 거쳐 ‘명예훼손에는 해당하지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는 취지로 바뀌게 됐습니다.


이밖에도 임 전 기조부장과 임 전 부장판사를 거쳐 ‘외교부가 한일외교관계를 위해 가토 다쓰야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고지해달라’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요청이 재판부에 전달돼 실현됐고, 선고 당일 법정에서 재판장은 가토 다쓰야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질책까지 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은 2013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개최된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서 경찰과 질서유지선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민변 소속 변호사 4명이 남대문서 경비과장의 팔을 잡고 20m를 끌고 가 체포치상 미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해당 사건의 판결문이 선고된 뒤 형사공보판사를 통해 판결문과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양형이유를 수정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즉 해당 사건은 2015년 8월 20일 오후 3시에 이미 선고가 됐는데, 오후 4시가 넘어 판결문 내용을 확인한 임 전 부장판사는 공보판사에게 판결문과 보도자료 배포를 보류시킨 뒤 재판장에게 ‘양형이유 중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이 있으니 톤 다운을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임 전 부장판사의 요청은 주심 판사에게도 전달돼 같은 날 오후 3시 50분 이뤄진 판결문 원본 등록을 오후 4시 24분 취소했고, 오후 5시 54분 수정된 판결문 원본을 등록했습니다.


당시 임 전 부장판사가 문제 삼아 삭제된 양형이유는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속 피고인들(민변 변호사들)의 행동과 표정에는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공격적 태도가 나타나 있다’, ‘피해자(경찰)의 직무집행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마찬가지’, 그리고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하기보다는 이번에 한해 특별히 선처하기로 한다’는 등 표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선수 사건에서는 도박 혐의로 약식명령이 청구됐지만 담당 판사가 약식명령으로 처리하기 부적당하다고 판단해 정식재판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을 임 전 부장판사가 다시 뒤집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2014년 11월 말 마카오 소재 한 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 임창용·오승환 두 선수에 대해 2015년 12월 30일 각 벌금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판사였던 김모 판사는 정식재판 진행이 필요하다고 판단, 같은 날 공판절차 회부를 결정하고 실무관에게 후속절차 진행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임 전 부장판사는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2016년 1월 14일 김 판사를 불러 ‘이 사건에 관해 주변 판사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는가’라고 묻고, ‘주변에 있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본 이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습니다. 굳이 정식재판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암시를 준 것으로 볼 수 있죠.


결국 김 판사는 이 같은 임 전 부장판사의 의중대로 같은 날 오후 공판절차에 회부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번복, 두 사람에게 도박죄의 법정형 상한인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임 전 부장판사는 혹시 앞서 김 판사가 재판사무시스템에 공판절차 회부를 등록했던 것이 문제될 경우 ‘담당 실무관의 착오 입력에 의해 기록이 남게 된 것’이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을 김 판사에게 요청했고, 김 판사도 실무관에게 이 같은 취지를 전달했습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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