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야경명소 찾아가는 여정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에는 야경 명소들이 많다. 산, 도심, 바다, 카페 등 야경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신기산업 루프탑에서 바라본 부산항대교와 도심의 야경.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밋밋하기 짝이 없던 한 낮의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자 사물이 다채롭게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단조롭던 하늘이 울긋불긋 물감을 칠한 듯 화려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조화가 눈부십니다. 낮 동안 회색빛 도시가 밤이 되면서 휘황찬란하게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마천루의 불빛이 반짝이자 부산의 밤바다가 춤을 춥니다.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에는 야경 명소들이 넘쳐납니다. SNS에서 사진 명소로 떠오른 해운대 마천루는 홍콩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부산의 랜드마크인 광안대교, 황령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심의 야경은 또 어떻습니까. 이중 한국관광공사 부산울산지사가 '추천'하는 여름밤 명소를 찾아봤습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핫한 곳들부터 부산을 대표하는 야경성지입니다. 영도 삼복도로 흰여울마을과 카페 신기산업, 송도 해상케이블카, 바다크루즈 등 입니다. 낮에도 물론 예쁘지만 노을 지는 저녁부터 밤의 아름다움이 더 좋은 곳들입니다. '부산의 밤이 이렇게 멋지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만합니다.
#1 새로운 야경성지, 카페신기산업-루프탑에 올라 부산을 바라보다
신기산업은 영도 '카페 투어'의 시작과 끝이다. 그 흔한 스타벅스 하나 없던 영도를 카페투어 성지로 만든 장본이다. 신기산업은 1987년 방울공장으로 시작한 사무용품 제조업체다. 2017년 영도 꼭대기에 회사의 사옥을 카페로 운영하며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카페 이름도 회사명과 같은 '신기산업'이다.
낮에는 신기산업을 시작으로 주변 카페를 둘러보고 어둠이 내리면 신기산업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된다. 저 멀리 보이는 고층빌딩과 원도심의 상반되는 불빛, 그리고 부산항 대교, 배, 항구가 만들어내는 바다 풍경은 환상적이다. 루프탑 그늘막 의자에 몸을 묻고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말 그대로 '야멍'을 때리기 좋다.
카페 지하에는 이전 신기산업 창고를 개조한 '신기잡화점'이 있으니 기념품이 필요하면 둘러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신기산업 아래쪽에 짝을 이뤄 영도 카페 투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카린'도 있다. 카페는 디테일과 색감을 조화롭게 꾸몄다. 카린이 선글라스와 안경테를 판매하는 브랜드여서 그런지 2층엔 관련 제품을 전시했다. 루프탑은 흰색과 하늘색 의자를 배치해 바다풍경과 잘 어울린다.
#2 알록달록 색의 향연, 한국의 산토리니 흰여울 마을
부산 여행지 중 MZ세대에게 사랑받는 곳 한 곳이 영도에 있는 '흰여울마을'이다. 흰여울이라는 이름은 마을이 형성되기 전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데, 그 빠른 물살이 마치 흰눈이 내리는 것 같다 해서 붙여졌다.
가수 강다니엘이 다닌 중학교가 인근에 있어 유명해졌지만 그 이전에 영화 '변호사'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파란 바다와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어우러져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린다.
레트로한 감성이 있는 마을이 이웃집과 경계 없이 다닥다닥 붙은 '하꼬방' 사이로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하꼬방'은 상자를 뜻하는 일본어 '하꼬(はこ)'에 방을 붙인 말이다. 이 지역에서 1970~1980년대 감성을 느낀 이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카페와 기념품점, 서점들이 생겨났다. 어느 골목을 이용하더라도 끝은 바다를 향한다. 흰 벽과 푸른 계단, 벽화가 어우러진 마을 어디서든 셔터만 누르면 그럴싸한 풍경사진이 된다.
흰여울마을의 밤 역시 낮 못잖게 아름답다. 저녁이 되면 흰여울 마을은 또 다른 얼굴로 탈바꿈한다. 마을 앞 절영해안산책로에 하나둘씩 켜진 가로등 불빛이 흰색 파도에 닿아 은은히 부서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흰여울 해안터널이 나온다. 터널에서 나오는 불빛과 터널 밖 바다의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인증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이 끊임없이 찾는 곳이다.
#3 부산하면 해운대 아이가~야경 1번지
부산 관광의 1번지는 해운대다. 산과 바다,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을 품고 있지만, 미래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초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둠이 내리면 이 초고층 빌딩이 뿜어내는 불빛이 장관이다. 그래서 야경도 해운대를 빼곤 말할 수 없다. 해운대 일대의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장산에 올라야한다. 광안대교와 마천루가 늘어선 해운대 등 부산 시내의 기막힌 야경을 담을 수 있다.
또 달맞이 언덕 정상부 해월정이나 문탠로드 중간쯤에 서면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의 마천루들이 펼쳐 내는 화려한 야경을 만날 수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옆에 있는 '더베이 101'은 부산을 대표하는 야경의 명소로 이미 SNS에는 유명하다. 마치 홍공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부산에 왔다면 반드시 이곳에서 야경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 내린 뒤 고인 물에 비친 고층건물의 형형색색 불빛의 반영(反影)이 환상적이다. 고인물이나 바닷물에 비치는 모습은 휴대폰 카메라로도 충분히 멋지게 담을 수 있다. 맥주 한잔과 함께 친구, 연인,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인기가 높다.
#4 바다에서 보는 색다른 야경, 리버크루즈 투어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야경은 어떨까. 크루즈를 타면 색다른 모습의 부산이 펼쳐진다. 밤바다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유람선 '해운대 리버크루즈'가 있다.
APEC 나루공원에서 출발해 수영강과 해운대ㆍ광안리 바다를 거친다. 마린시티, 광안대교를 가까이에서 둘러볼 수 있다. 크루즈는 강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수영강 물살을 가르며 느긋하게 나아가는 크루즈에서 양 강변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노라면 배는 어느새 광안대교까지 이른다. 부산 최초의 도심형 유람선으로 낮에도 운항하지만 경치로는 단연 나이트 크루즈가 최고다. 저녁 7시쯤 출발하는 크루즈를 예약하면 노을지는 풍경과 야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자 높고 낮은 건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불빛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불이 켜진 누리마루가 동백섬을 환히 밝히고, 하늘을 찌르는 마린시티의 초고층 건물에서 내뿜는 불빛들이 휘황찬란하다. 시선을 바다 쪽으로 돌리자 7420m나 되는 광안대교가 황홀한 자태로 탐방객들을 맞아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복층의 광안대교 불빛이 연출하는 비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쏟아질 것 같은 불빛과 바닷바람에 여행 기분이 한층 고조되면 야경을 배경으로 인생샷 하나 정도는 남겨보자.
#5 낮보다 밤이 더 즐거운 '송도해수욕장'
부산 송도해수욕장만큼 밤이 즐거운 곳도 없다. 화려한 야경과 더불어 바다 위를 걷는 송도구름산책로,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송도해상케이블카 등 늦은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구름산책로는 해상 보도교다. 길이 365m에 이르는 산책로 데크는 중간에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밤이면 다리에 조명이 들어와 주변 야경과 근사하게 어우러지고, 거북섬에 마련된 전시와 조형물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송도구름산책로 위에는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밤하늘을 수놓는다. 최고 높이 86m에 달해 케이블카에서 해수욕장이 한눈에 담기고, 바다 건너편 영도와 남항대교, 바다에 점점이 흩어진 선박까지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탑승 내내 밤하늘과 까만 바다 너머 화려한 도시 야경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발아래 펼쳐진 밤바다가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짜릿함이 배가된다.
이외에도 황령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경 명소다. 황령산에는 조선시대에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왜구를 발견하면 급보를 전하던 봉수대가 있다. 이 봉수대가 지금은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활을 한다. 동쪽으로는 해운대와 이를 둘러싼 높은 마천루가 보이고, 동남쪽으로는 광안대교가 펼쳐지는 환상적 야경을 만날 수 있다.
부산=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m21@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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