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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루트] '미국 100대 영웅'에 선정된 '한국의 말(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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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워싱턴·에이브라함 링컨·테레사 수녀 등과 100대 영웅에 선정
전설적인 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레클리스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우리 땅에는 역사가 있고, 계절과 지역마다 추억과 문화가 있다. 본지는 전국 곳곳의 잘 알려지지 않고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한반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작은 역사, 문화들을 소개하기 위해 '코리아루트'를 기획해 매 주말에 연재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올해 6.25 전쟁 71주년을 맞아 전쟁 영웅들의 뜻을 기리고 마을 문화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마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다룬다.

한반도가 간직한 연천의 역사에는 호국영웅 정신을 계승하는 마을이 있다. 그곳 연천군 백학마을은 6.25 전쟁 당시 맹활약했던 용감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지게 하나로 전장을 누빈 '보급 영웅' 일명 '지게 부대'와 특히 제주도에서 태어난 경주마(馬) '레클리스(Reckless)'는 미 해병대에 배속돼 한국전쟁 네바다 전초전투에 참전해 전투마(War Horse)로 빛나는 전공을 세운다.


미국 100대 영웅으로 선정된 '레클리스'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국 100대 영웅에 선정된 한국의 말(馬)


② 타고난 군마(軍馬) '레클리스'


③ 그 후 50년


네바다 전초기지 전투 당시의 레클리스 (1953. 경기도 연천)

네바다 전초기지 전투 당시의 레클리스 (1953. 경기도 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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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는 북한 김일성의 오판에 의해 기습 남침으로 벌어진 골육상잔(骨肉相殘)의 전쟁이다. 미국이 참전하고 중공이 개입하면서 3년간 장기화됐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3년간의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컸다. 국군 62만, 유엔군 16만, 북한군 93만, 중공군 100만, 민간인 250만, 이재민 370만, 전쟁미망인 30만, 전쟁고아 10만, 이산가족 1000만 명 등 당시 남북한 인구 3000만 명의 절반을 훨씬 넘는 19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휴전 협정이 한창이었던 1952년 10월부터 6.25 전쟁의 가장 많은 희생자가 이 시기에 발생한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경기도와 강원도 곳곳에서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다.


1953년 3월, 미 해병 1사단 5연대가 중공군 120사단을 막아냈던 연천군 '네바다전초 전투'. 빗발치는 총탄과 파편 속에서도 4톤의 무반동포 포탄과 부상병을 나르며 전투를 승리로 이끈 '군마(軍馬)'가 있었다.


그 공적을 인정받아 전쟁 후 하사까지 진급한 군마의 이름은 '레클리스(Reckless)'.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으나, 함께 전장을 누비던 미 해병대원들이 레클리스의 활약을 목격하고 붙여 준 이름으로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다.

레클리스가 전장에서 미 해병대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레클리스가 전장에서 미 해병대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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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직후 한국에 남겨진 레클리스는 미국에서 레클리스의 활약을 전해 들은 미국인들이 레클리스를 미국으로 데려오라는 캠페인을 벌였고 마침내 1954년 4월 레클리스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이후 상병에서 병장으로 그리고 1959년 하사로 임관했다.


레클리스는 1968년 5월 철조망에 부딪혀 부상을 입고 진통제를 투여하던 중 숨졌다. 20살이었다. 레클리스의 죽음은 당시 미국 주요 언론에서 크게 다뤘다. 버지니아주 해병대 박물관과 팬들턴 해병기지에 레클리스 동상이 제막됐다.


레클리스의 업적은 '레클리스 하사 기념재단' 이사장인 로빈 허턴이 2014년에 펴낸 '미국 전쟁영웅 말, 레클리스 하사'라는 책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레클리스'는 한국과 미국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전사자나 부상자에게 수여하는 미 '퍼플하트' 훈장 2개, 미 국방부 종군기장, 미 해병대 모범 근무장, 미 해군 사령관 표창 2개, 한국전 참전 유엔 훈장, 한국전 참전 훈장 4개 등 많은 수훈 표창을 받았다. 영국은 전쟁이나 국가안보에 기여한 동물에게 수여하는 '디킨 메달'을 레클리스에게 수여했다.


미국 동부 켄터키주에 위치한 렉싱턴 호스 파크에는 레클리스 동상이 전설적인 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렉싱턴 호스 파크에 세워진 레클리스 동상 (2019. 미 해병대 박물관)

렉싱턴 호스 파크에 세워진 레클리스 동상 (2019. 미 해병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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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 호스 파크에는 1973년 3대 경마대회를 석권해 영화로도 잘 알려진 전설적인 경주마 '세크리테리엇'과 1920년대 활약한 20세기 최고의 경주마 '맨 오워'의 동상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워싱턴을 비롯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라함 링컨, 마리아 테레사 수녀 등을 100대 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는 미국의 유명 잡지 '라이프'는 1997년 미국 100대 영웅에 '레클리스'를 선정했다.


네바다전초 전투 현장이었던 경기도 연천군과 레클리스가 여생을 보낸 미국에서는 매년 '레클리스'를 기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상경 레클리스 협동조합 이사는 "2015년부터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호국영웅 정신계승 마을로 인증받았으며 주윤기 주민자치위원장님이 동상도 제작해 공원을 만들기에 이르렀다"며 "매년 기념행사를 하며 그림 그리기 대회를 통해 레클리스를 홍보하고 호국영웅 참전용사분들과 지게 부대원들을 모시고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레클리스' 관련 다큐멘터리가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기획돼 제작을 앞두고 있다.




경기북부=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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