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재개와 여행 수요 회복에 원유 수요도 반등
전문가 "OPEC+의 증산규모로는 턱없이 부족"
OPEC+ 원유공급 방침 결정 회의 하루 연기돼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18년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유가 수요도 반등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이 참여하는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에서 원유 생산 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하루 연장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가격은 전장보다 2.40% 오른 배럴당 75.2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또,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한국시간 2일 오전 7시 기준으로 전날 대비 1.63% 상승한 75.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세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에 침체됐던 여행수요 회복으로 항공유와 휘발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WTI 가격은 올초 배럴당 48.5달러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50% 넘게 상승했다.
이 밖에도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폭 확대 대신 감산 완화 방침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상승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OPEC+가 예고한 감산 완화에 따른 증산규모는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하루당 40만배럴이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원유 수요의 폭발적 반등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증산 규모로는 공급난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원자재시장 애널리스트는 "OPEC의 증산 규모로는 유가를 진정시키기에 부족하다"며 "지난달 기준 매일 230만배럴의 원유가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유가가 내년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어게인캐피탈의 존 킬더프는 "OPEC+가 지난해 유가 수요 폭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리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일 예정됐던 OPEC+ 회의가 회원국 간 의견 불일치로 하루 연장됐다. 아랍에미리트(UAE)가 하루당 40만배럴 증산 계획안에 반대하면서 원유 공급 방침 결정을 위한 최종 논의를 하루 미루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증산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UAE가 OPEC+에 원유 감산의 근거가 되는 산출량 기준을 올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산출량 기준이 올라가면 그만큼 원유 감산이 더 완화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원유 과잉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봉쇄 조치가 재개될 수 있고 이것이 원유 수요를 다시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OPEC+ 내 시장전망기관인 공동기술위원회(JTC)는 지난달 29일 "2022년에 공급 과잉으로 인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델타 변이 확산과 국가별 경제 회복 속도의 양극화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또 현재 미국과 이란 간 진행 중인 이란핵협정 복원 논의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협상이 조기 타결된다면 이란의 원유 증산과 수출 증가로 인해 원유 공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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