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상습 학대한 계부·친모, 2심서 형량 늘어
재판부 "어린 동생들 학대 행위 그대로 지켜보게 해"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아빠 엄마가 때리니까 투명해졌어요."
온몸에 멍이 든 채 4층 높이 주택에서 도망쳐 나온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 A(10) 양의 동생들이 당시 모든 학대 장면을 지켜봤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A 양을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를 받는 계부와 친모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중한 형벌을 선고 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민정석 반병동 이수연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계부 B(37) 씨와 친모 C(30) 씨에 대해 각각 징역 6년·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과 4년을 선고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5년간 아동 청소년 관련 시설 취업 제한, 아동학대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 더 중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어린 자녀들이 학대 행위를 그대로 목격하게 했다"며 "피고인들이 반성하며 사죄하는 마음이 있나 의심스럽고, 피해보상 예상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판결은 너무 가볍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에서 A 양이 학대당하던 당시 모습을 어린 동생들이 지켜봐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앞서 A 양의 동생들은 아동보호기관의 방문 조사 당시 'A 양이 학대당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냐'는 질문에 "(A 양이) 투명하게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등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는 A 양이 계부와 친모로부터 당한 여러 잔혹한 학대가 자세히 드러나기도 했다. 부모는 평소 A 양에게 제때 밥을 주지 않았으며, 목에 쇠사슬을 채운 뒤 화장실 수도꼭지 등에 묶어둔 것으로 확인됐다.
글루건을 이용해 뜨거운 실리콘을 발·등·배 부위에 떨어뜨려 화상을 입히고, 물을 채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29일 오후 6시20분께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배회하던 A(당시 9) 양을 한 시민이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A 양은 한쪽 눈과 온몸에 새까만 멍이 드는 등,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A 양은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히고 쇠막대와 빨래건조대로 폭행을 했다"며 진술했다. 부모의 잔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한 A 양은 아파트 4층 높이 자택에서 옥상 지붕을 타고 탈출했다.
창녕경찰서는 같은해 6월8일 A 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B 씨와 C 씨를 불구속 입건했고, 이후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다.
B 씨와 C 씨는 항소심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반성문만 150여 차례 제출했다.
한편 A 양은 지난해 5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약 2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다. A 양은 현재 위탁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기숙사가 기울고 있어요" 연세대 소동…학교 측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