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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대출절벽]최고금리 인하 때마다 부작용…'착한 정책'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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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저신용자 대출비중 64.5→52.8%로 뚝
일본도 금리인하로 불법대금업 이용경험자 7배 늘어
전문가 "시장경제 상황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서민 대출절벽]최고금리 인하 때마다 부작용…'착한 정책'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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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송승섭 기자]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앞서 최고금리를 내릴 때마다 저신용자가 제도권 밖으로 퇴출당하는 ‘풍선효과’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로 낮췄을 당시에도 5만여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났다. 금융당국이 보완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강화 등 대안을 내놨지만 ‘착한 정책의 배신’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한 정책의 역설, 금융난민 늘어날 수도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개인 신용대출액 3조4547억원 중 연 금리가 20% 이상인 대출은 95.7%(3조3046억원)에 달한다. 대부업체에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이 많은 건 비용구조 때문이다. 현재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약 6%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비싸게 자금을 들여온다. 저신용자(7~9등급)가 주 고객인 만큼 대손 비용(떼이는 돈)이 약 10%, 관리비와 대출모집인 중개 수수료 등 운영비가 대출금의 7%다. 비용만 전체 대출금의 22~23% 선이다.

대부업계는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최소한 대출금리가 20%는 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조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영업을 접거나, 저신용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건전한 고객만 골라 대출해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부업체는 지속해서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상위 10개 업체 중 신규영업을 하지 않는 곳을 제외하면 저신용자 고객이 전체 64.5%였다. 이 비중은 2019년 63.3%로 소폭 감소했고, 지난해 52.8%로 뚝 떨어졌다. 업체별로 봐도 2년 전 저신용자 비중을 최대 70% 이상 확보하던 곳들이 사라졌고 대부분 40~60% 선을 유지 중이었다.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4.2%밖에 되지 않는 업체도 생겼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여파를 분석한 연구자료에도 유사한 부작용이 발견됐다. 지난 3월 저신용자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리 인하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규 대출 신청과 승인고객 수는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신규 신용대출도 기존 거래고객 위주의 재대출이 41.9%로 전년 대비 23.9%포인트 늘었고, 모든 신용대출을 중단했다는 16.3%(9.7%포인트 증가)였다.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 회사 매각과 폐업을 검토하겠다는 업체도 36.4%,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등 축소 운영하겠다는 곳도 26.2%였다.

일본도 금리인하 부작용 속출…피해 결국 취약계층이 입는다

피해는 결국 신용등급이 낮고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로 돌아갔다. 최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고, 소득원이 불확실하고, 신용이 나쁠수록, 불법 사금융 이용은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의 거절 등의 사유로 불법 사금융에 진입한 취약계층은 오히려 폭리를 감내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의 69.9%가 법정금리를 초과한 금리를 내고 있었고, 30%는 1년 기준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된 응답자도 12.3%에 달했다.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후유증은 10년 전 같은 조치를 단행한 일본의 선례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상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가파르게 내렸다. 여신금융연구소의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등록 대금업체는 1647곳으로 2009년 3월보다 73.3% 급감했다. 일본금융청은 2010년부터 불법대금업 이용경험자가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금융감독원의 불법 사금융 피해자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신고·상담 건수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전체 건수는 12만8538건으로 2019년보다 1만2916건(11.2%) 늘었다. 특히 불법 사금융이 7351건으로 47.4%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여기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금융 이용자들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은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인만큼 인하 일변도의 정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싼 금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며 "최고금리를 계속해서 내려온 지금 시장경제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최고금리 인하로 가장 걱정해야 할 분들은 금융취약계층"이라면서 "지금이라도 20% 인하 방안을 원점 재검토 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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