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범죄 예방 효과 뛰어나지만
무단 유출, 개인 정보 피해도 잇따라
전문가 "CCTV 신뢰 얻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 중요"
[아시아경제 강주희·김초영·김소영 기자] #직장인 김모(27)씨는 최근 다니는 필라테스 학원 내부에서 폐쇄회로(CC)TV를 발견했다. 원래는 CCTV가 없었기 때문에 의아함을 느낀 김씨는 수업이 시작되자 우선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CCTV에 자신의 모습이 찍히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김씨는 운동하는 내내 꺼림칙함을 느껴야 했다. 이에 대해 학원 측에서 따로 설명을 들은 적도 없었다. 김씨는 수업이 끝난 직후 학원 측에 CCTV의 용도를 물어봤고, 도난방지·돌발상황 대처·화재예방 등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CCTV는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각종 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 확보, 시설 점검 및 사고 예방 등 사회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CCTV는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이 같은 효과로 많은 시민들이 CCTV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사생활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CCTV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씨의 사례처럼 CCTV는 알게 모르게 개인의 사적 공간까지 침투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위치나 동선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 CCTV 운영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정보처리기기(CCTV)의 설치 및 운영' 관리 기준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는 범죄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 등을 목적으로 CCTV 설치·운영이 가능하다. 김씨 사례처럼 운동시설 내 CCTV를 설치하는 것 역시 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아니다.
다만, 관리자는 당사자가 CCTV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설치 목적과 장소, 촬영 범위, 시간 등 사항이 포함된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또 관리자는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CCTV 영상을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조항이 실제 생활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공간에 CCTV를 설치하거나 CCTV 설치 관리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등 법규를 위반한 사례는 최근에도 다수 발생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지난 4월 CCTV를 통해 개인정보를 침해한 23개 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 사업자들이 위반한 사항은 ▲화장실 등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 CCTV 설치·운영, ▲'CCTV 촬영 중' 안내판 미설치, ▲ 촬영 범위와 관리자 등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정한 기재항목 누락 등이다.
개인정보위는 CCTV가 사회 곳곳에 활용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이 크지만, 많은 CCTV 운영자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하는 의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의 허락 없이 CCTV 영상을 유포한 일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유명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개인 일정이 담긴 CCTV가 유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고, 최근 스터디 카페 운영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CCTV에 찍힌 손님 사진을 올리고 뒷담화를 하는 등 CCTV가 무단으로 유출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범죄 예방 등의 목적에 치우쳐 CCTV를 지나치게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는 CCTV 설치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확실하지만, CCTV 설치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선 철저한 관리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CTV는 범죄 예방 등 보완적 목적으로 탁월한 이바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촬영 영상 등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위험 지대가 존재하고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CCTV에 대해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일정 기간에 저장된 영상을 어떻게 폐기할 것인지 등 세세한 법규가 정해져야 하고, 관리 기관에서 이런 규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CCTV 설치 전 개인의 행위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범죄가 발생했을 때 다양한 자료 접근을 위해 CCTV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인권에 대한 고민 없이 CCTV가 마구 설치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CCTV를 남용하는 일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일 수 있다. 자칫 그것이 사회 통제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기에 위험하다. CCTV 설치는 주목적이 범죄 수사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를 설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손실의 측면을 면밀히 비교해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교통사고가 난다고 해서 차를 다 없앨 수 없는 것처럼, 차량 사고는 매일 발생하고 있음에도 계속 운행을 하고 있다. CCTV 또한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 CCTV가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고, 수상한 정황을 미리 포착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CCTV 관리 규정이 지켜져야 한다"라며 "관리자와 찍히는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 CCTV 이용 규정을 어기는 사례에 대한 단속,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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