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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낡은 게임규제를 두고 메타버스 시대를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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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메타버스(Metaverse)는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였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급작스런 비대면사회는 학교와 직장 그리고 여행과 모임같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와 같은 게임 속에서 공연과 영화를 관람하고 생일파티를 하며,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 수업이나 업무, 쇼핑까지 하는 이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넘어 경제활동공간으로 확장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자 지난 달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라는 민관이 참여하는 기구를 출범했다.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반길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우리나라 주요 게임사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게임산업은 정작 설자리가 없어 보였다. 메타버스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의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게임법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제활동을 통합한다. 즉 가상에서 번 돈이 현실로 이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급히 만들어진 게임법은 이를 철저히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게임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게임이라고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이라고 하는 순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고 현실과 가상의 연결이 끊어지고 가상으로만 고립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혁신사례들은 오히려 어른들보다 어린 아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로블록스의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인 ‘탈옥수와 경찰(Jailbreak)’을 만든 알렉스 발판즈는 99년생이다. 그는 로블록스에서 만난 친구와 9살 때부터 게임 개발에 몰두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이 게임을 출시했다. 그들이 개발한 게임 ‘탈옥수와 경찰’의 누적 이용자 수는 48억명으로, 게임 내 아이템 판매액은 연간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외국의 청소년들은 메타버스에서 날아다니고 있는데, 우리나라 16세 이하 청소년들은 ‘게임 셧다운제’라는 강제 통행금지를 당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으로 질병코드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게임중독은 또 어떤가.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하는 행동 패턴’이 핵심이다. 근데 게임 속에서 일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시한다는 말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게임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적어도 진단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 그냥 게임을 일상이 아니라는 가정이 깔려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상을 위해 통제돼야 하는 대상으로 게임을 보고 있는 것이다. 게임으로 열리는 메타버스 시대에 게임을 하는 행동이 질병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세상에 중독되면 안된다는 말처럼 허무하게 들린다.

386컴퓨터와 윈도95를 체제로 메타버스를 운영하겠다고 하면 조롱을 받기 딱 알맞을 것이다. 그런데 386컴퓨터와 윈도95 시절의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게임규제를 여전히 적용하는 풍토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은 듯하다.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메타버스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관습과 관행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기대해본다. 진정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열어 볼 요량이라면 말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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