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합의때 업무서 제외 합의
택배노조 "사회적 합의 안지켜"
내일 2차회의 압박카드 분석도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온 국민 앞에서 약속한 건(택배 분류인력 투입) 지켜야죠. 코로나19를 이만큼 버틴 데에는 택배기사들도 함께 힘쓴 거 아닙니까?"
7일 오전 8시, 서울 시내 한 택배사 지역사업소 앞. 평소라면 택배 지역 터미널에서 택배 분류작업에 한창일 시간이지만 김성인(39·가명)씨는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김씨는 분류인력 추가 투입은 건강권·생명권의 문제라면서 "새벽 6시부터 출근해서 밤 8~9시까지 근무를 할때가 태반"이라며 "허리통증을 달고 살고 있다. 과로로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면 겁도 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이날부터 택배 분류작업, 일명 ‘까대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출근과 배송 출발 시간을 2시간 늦췄다. 분류작업은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작업 과정으로 지역별 터미널에서 택배를 지역(영업점)별로 분류하는 업무다. 이들은 택배 분류작업이 4~5시간씩 소요되지만 임금에는 포함되지 않아 ‘공짜 노동’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분류작업에 손을 놓았지만 물동량이 적은 월요일 특성상 현장 혼선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미 전국 택배 터미널에 분류작업 인력으로 4000여명이 투입된 상황"이라며 "물동량이 적은 월요일이라 현장에서 택배 배송 지연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의 분류작업 거부 행동이 장기화될 경우, 현장의 혼선은 가중될 수 있다.
그간 정부와 여당, 택배노조, 한국통합물류협회(사측) 등이 참여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1차 합의 당시 ▲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분류작업 제외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심야배송 금지 등에 합의했다. CJ대한통운 등 대형 3사는 총 6000명의 분류지원인력 투입 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택배분류 작업은 택배회사 책임이라고 밝힌 1차 사회적 합의가 현재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이달 2∼3일 전국 택배 노동자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7%(1005명)가 여전히 분류 작업을 수행했다. 또 별도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택배기사가 전적으로 분류 작업을 하는 노동자도 30.2%(30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측은 8일 2차 사회적 합의 최종안 작성을 앞두고 "택배사들이 과로사 대책 시행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1년을 두자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택배노조의 단체행동이 2차 합의를 겨냥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두 번째 회의는 8일 열린다. 노조는 2차 합의안에 분류 인력 투입이 명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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