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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생활비부터 막막" 저축銀도 대출 조인다…저신용 청년, 불법 금융 내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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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지난해 수준 유지 방침
중금리 대출, 정책금융상품 제외한 증가율 5.4%로 제한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내몰릴 우려도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신규 고객 47%는 29세 이하 청년층
"신용 조회 없이 빌려드린다" SNS선 불법 대출 광고 기승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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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급전' 마련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 신용카드 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저축은행 이용을 고려하고 있는데, 조만간 저축은행의 대출심사가 엄격해 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신용등급이 낮아서 시중은행 이용은 꿈도 못 꾸는데, 저축은행 대출까지 막혀 버리면 돈을 구할 길이 없다"며 "불법 대출로 빚을 돌려막는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저신용자 가계가 '금융절벽'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제도권 금융 이용이 힘들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던 청년층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직접 대출을 제한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저축은행의 2021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업체들에게 전달했다. 이 계획은 올해 총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증가율(21.1%)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운영하라는 방침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올해 중금리 대출과 서민층 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상품(햇살론·사잇돌 등) 등 15.7%를 제외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5.4%로 제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가계대출 관리 지침을 전달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타격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등 투자 열풍으로 치솟은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 할부거래 등 소비자신용 합계 구성)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치솟지 않도록 운영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치솟지 않도록 운영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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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저신용자 가계에 타격이 미친다는 데 있다. 특히 신용대출 경험이 적고 자산이 부족해 제도권 금융 이용이 힘든 청년 세대는 가파른 '금융절벽'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마이너스통장 신규 고객의 약 47.2%는 29세 이하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층은 금융거래 기록이 부족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판별할 근거가 적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중신용자'인 5~6등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제한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하락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은 저축은행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이 가계대출을 조이게 되면, 당장 생활비 여력이 부족한 가계는 불법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앞서 서민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에만 금융취약계층 약 8~12만명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금액만 1조4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불법 사금융은 다른 금융기관보다 높은 이자를 강요하다는 점에서 저신용자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서민경제연구원이 사금융 이용 가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약 70%는 법정 최고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낸다고 응답했다.


금융 관련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대출을 빙자한 사실상 '금융 사기'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30 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조건 없이 돈을 빌려주겠다", "신용 조회 없이 카카오톡 메신저 만으로도 인증이 가능하다" 등 불법 대출 광고가 잇따라 게재됐다. 일부 광고는 "미성년자에게도 당일 대출이 가능하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3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불법 대출 광고.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3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불법 대출 광고.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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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 가운데 20대 청년들은 소위 '급전'이 필요해 대출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한 식당에서 근무한다는 A(28) 씨는 "월급 받고 난 뒤 월세, 휴대폰값, 보험금 등을 내고 나면 이미 남는 돈이 없다. 당장 다음달 생활비부터 막막해진다"며 "아직 생활비 때문에 대출로 목돈을 마련해 본 경험은 없지만, 절박한 순간에 저축은행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암담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회사원 B 씨는 "언젠가 제 신용등급을 조회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낮은 등급이 나와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며 "갑자기 큰돈이 필요한 때가 와도 시중은행에서는 돈을 못 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더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하니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대출 업무를 직접 담당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대출 업무에 대해 총량규제를 하게 되면 그 부담과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출을 통제하는 방향의 규제는 미달된 나머지 자본을 다른 곳(불법 사금융 등)에서 조달해야 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나오는 것"이라며 "일선에서 대출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은행들이 유동적으로 관리를 하게 하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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