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매도 리포트'에 출렁…K배터리, 공매도 공세도

"EV 배터리 시장, 신생업체 등장해 경쟁 과열"

"향후 5년간 한국 배터리에 위협 가능성 낮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지난달 3일부터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이후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매도 보고서가 잇따르고 있다. 공교롭게도 K배터리 3사에 대한 공매도 공격도 거세졌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 에 대한 비중 축소와 함께 목표 주가를 55만원으로 내렸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신생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경쟁 과열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매도 보고서가 나온 직후인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는 장중 5% 넘게 급락했다. 당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70억원과 543억원 상당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특히 공매도가 252억원어치 이뤄지며 전거래일(55억원)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매도 폭탄으로 이어지며 SK이노베이션 도 이날 3.28% 하락 마감했고, LG화학은 1.56% 빠졌다. 전날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며 3200선을 회복한 것과 대조적으로 K배터리주는 약세를 보인 것이다.

앞서 LG화학은 스위스계 크레딧스위스(CS증권)가 지난달 26일 발간한 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빠졌다. CS증권은 LG화학 의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이달 중 상장하면 LG화학이 지주사가 되기 때문에 국내 여타 지주사처럼 높은 할인율과 지분 가치 희석을 적용해야 한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끌어내렸다. 이 보고서가 나온 날 LG화학에 대한 공매도는 전거래일대비 6배 넘게 늘어난 649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공매도는 1500억원 넘게 이뤄졌고, 이틀간 주가는 10% 가까이(9.98%) 하락했다.

이들 외국계 증권사가 K배터리를 정조준한 것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 격화로 가격 하락이 마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유럽과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늘리면서 신생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 모멘텀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전기차 OEM과 배터리 소재 업체 등은 기술 변화에 중립적인데다 진입 장벽이 높고 서비스 이행력을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배터리 제조사는 기술 와해와 경쟁 과열이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반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생 배터리 업체들과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향후 5년내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부각될 가능성은 낮다"며 "배터리 양산 레퍼런스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업체들인데다 균일한 제품 퀄리티를 담보하면서 대량 양산 능력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24일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수익성 개선을 전망하며 목표주가 85만원을 제시했고, HN투자증권은 지난달 4일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내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목표주가 97만원을 유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