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열에 편승한 투기 세력 지목…9월 신학기 '뺑뺑이 제도' 도입
중국 아파트 등 집값 놓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대치중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중국은 한국과 달리 9월 신학기제다. 9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5∼6월 입학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은 다니고 싶은 학교에 거주지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대부분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9월부터 일명 '뺑뺑이(추첨)' 제도를 도입한다. 주소지만으로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느닷없이(?) 입학 제도를 바꾼 것은 부동산 때문이다. 중국도 한국(서울)과 같은 8학군이 존재한다. 소위 학세권 안에 있는 집(아파트 등 주택)을 중국에선 '쉐취팡(學區房)'이라고 부른다. 서울 강남 8학권 집값이 비싸듯 쉐취팡 가격도 비싸다. 베이징(북경)을 물론이고 상하이(상해), 선전(심천) 등 대도시 쉐취팡 매매 가격과 월세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서울 대치동ㆍ8학군 = 쉐취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쉐취팡을 지목, 뺑뺑이 제도를 도입했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 우수 교육 자원 배치의 불균형이 쉐취팡 현상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수년간 명문 학교가 분교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옥석 가리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의무교육법 제22조에 따르면 현(縣)급 이상 지역의 교육행정 부처는 학교의 균형 발전 촉진, 학교 운영 격차 축소, 중점ㆍ비(非)중점 학교 구분 금지 등이 명시돼 있지만 실상은 법의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명문 학교와 비명문 학교 교사의 질적 차이도 존재한다고 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현 지역 내 의무교육 학교 교장 및 교사의 순환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순환제도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관영 매체가 꼬집었다.
지난해 말 궈수칭 중국은행보험관리감독관리원회 주석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회색 코뿔소'라고 지목하는 등 중국 부동산 가격은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금융당국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의 욕심과 이에 편승한 투기 세력이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고 있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참석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쉐취팡이 언급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참석한 정치국 회의에서 쉐취팡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가 뺑뺑이 제도를 도입하자, 쉐취팡 집값이 급락하고 있다는 중국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29일 선전의 쉐취팡이라 불리는 한 아파트 가격이 2월 초에 비해 662만 위안(한화 11억6000만원)이나 떨어졌다는 기사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번 중국 정부의 부동산 잡기가 성공할지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중국 일부 매체들도 쉐취팡 가격 하락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놓고 시장이 이길지, 중국 사회주의 정부가 이길지 궁금하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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