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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좀비 제우스 공격하는 인간 기간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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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 라스베이거스를 올림푸스로
스나이더 감독 전작 '새벽의 저주'보다 신체·지능 진화한 좀비
그리스 신화서 따온 소재로 차별화…개인적 상실 부각하며 반전 호소

[이종길의 영화읽기]좀비 제우스 공격하는 인간 기간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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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물자를 수송하는 미국 우주군 트럭. 운전병은 화물칸에 무엇이 실렸는지 궁금하다. "무슨 경호가 이렇게 심해?" "중요한 건가 보지. 핵가방이나 헌법 원본쯤 되려나?" (…) "우주와 관련된 물건일 수도 있겠다. 우리가 있던 곳이 그렇잖아." "가능성이 있단 말이지? 우리가 옮겨선 안 되는 성배 말이야. 51구역, 비밀 격납고, 부검, 외계인."


1급 기밀을 누설한 순간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승용차와 정면충돌해 망가진 화물칸. 한 남성이 밖으로 튀어나와 경계하던 군인의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총알을 퍼붓는 다른 군인들까지 단번에 제압하곤 언덕 아래 펼쳐진 도시로 눈 돌린다. 밤에도 화려하게 빛나는 라스베이거스다.

넷플릭스 영화 ‘아미 오브 더 데드’에서 지상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좀비에게 점거당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그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피아니스트 리버라치(1919~1987)를 쏙 빼닮은 남자의 피아노 연주로 ‘비바 라스베이거스’가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살육 장면은 고속과 저속으로 촬영한 컷 범벅이다. 좀비로 변한 쇼걸들에게 잡아먹히는 졸부,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뜨리자마자 먹잇감이 되는 환자. 멀쩡한 사람들을 좀비로 오인해 쏴죽인 여경도 좀비들의 협공은 당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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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은 스나이더 감독의 전작 ‘새벽의 저주(2004)’의 연장선이 아니다. 좀비 일부는 고도화한 지능과 신체적 역량을 지녔다. 열등한 좀비들을 지배해 계급사회도 구축한다. 우두머리는 51구역에서 옮겨지던 외계인. 올림푸스 호텔 앞에 세워진 제우스 동상을 동경해 제우스로 일컬어진다. 스나이더 감독은 "좀비도 진화한다는 설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원시적이지만 서로 소통하며 조직을 이뤄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생각하는 좀비’ 설정은 새롭지 않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랜드 오브 데드(2005)’ 등에서 이미 그려졌다. 스나이더 감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간테스와 올림푸스 신들의 싸움인 기간토마키아를 빌려와 차별화를 꾀한다. 여기서 기간테스는 좀비가 아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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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푸스 호텔 사장 블라이 다나카(사나다 히로유키)는 과거 좀비와 치른 전쟁에서 국방부 장관을 구한 스콧 워드(데이브 바티스타)에게 카지노 지하 금고에서 2억달러를 가져오면 5000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워드는 함께 사투를 벌였던 동료들과 헬기 조종사, 금고털이 등을 모아 봉쇄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기간토마키아는 대지의 신 가이아에 의해 발발한다. 제우스의 명령으로 자식들인 티탄 신족이 땅속 깊은 곳에 감금되자 복수를 계획한다. 그가 낳은 기간테스에게 올림푸스를 공격하도록 부추긴다. 기간테스는 신들에 의해선 죽지 않는 존재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만이 제거할 수 있다. 제우스는 아테나로 하여금 인간이 낳은 자기 자식 헤라클레스를 데려와 전쟁에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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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오브 더 데드’의 제우스에게는 헤라클레스 같은 자식이 없다. 임신한 좀비 아테나가 다나카의 심복 마틴(가렛 딜라헌트)에게 목이 잘리고 만다. "이 머리가 우리 보스나 정부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알기나 해요? 제대로 된 손에 들어가면 좀비를 더 만들 힘이 되죠. 좀비 군대를 통제하는 힘, 궁극적인 대량살상 무기요." 뒤늦게 아테나의 몸뚱이를 발견한 제우스는 태아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하고 오열한다. 시체를 부둥켜안고는 말 타고 쓸쓸히 돌아간다. 그 너머로 보이는 제우스 동상은 번개를 든 오른팔이 잘려있다.


그 순간 워드와 동료들은 지하 금고문을 여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하나같이 기간테스처럼 비극적인 결말에 다다른다. 탐욕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다. 제물까지 바치며 따른 좀비들의 규칙을 마틴이 깨버렸다. 어차피 좀비 왕국은 저위력 핵무기 투하로 멸망이 예고돼 있었다. 하지만 다나카는 또 다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테나의 머리를 가져오게 했다.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고도 군비확장,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강대국들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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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이더 감독은 개인적 상실을 부각한다. 반전을 호소하기 위함이다. 격리 수용소의 아이들과 컨테이너 벽으로 전쟁 난민을 가리키고, 워드는 물론 제우스에게까지 부성애를 심었다. 아일랜드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크랜베리스가 부른 ‘좀비(1994)’를 후반부에 배치한 이유도 여기 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1993년 영국 월링턴에서 감행한 폭탄 공격을 돌아보며 만든 곡이다. 당시 사망한 세 살 조나선 볼과 열두 살 팀 패리를 추모한다.


"또 한 명이 무참히 목을 매이고/아이는 천천히 끌려가/이런 적막한 침묵을 일으킨 폭력/이런 실수들을 하는 우리는 누구일까? 하지만, 봐, 이건 나도, 나의 가족도 아니야/너의 머리 속에, 너의 머리 속에 사람들은 싸우고 있어/그들의 탱크와 폭탄으로/그리고 그들의 폭탄과 총으로/너의 머리 속에서, 너의 머리 속에서 그들은 울부짖고 있어/너의 머리 속에, 너의 머리 속에/좀비가 있어, 좀비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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