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체르노빌 35년, 원전 찾는 동유럽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시시비비]체르노빌 35년, 원전 찾는 동유럽
AD
원본보기 아이콘


동유럽 국가들의 원자력발전 확대 추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1일 경주에서 개최된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폴란드 에너지인프라 특임장관실의 미할 비에르초브스키 부국장은 내년 계약자 선정을 목표로 6~9GW 규모의 신규 원전 6기를 추진하는 폴란드 에너지정책2040을 소개했다. 폴란드와 이웃한 체코는 올해 안에 신규 원전 2기를 발주할 계획이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없이 체코는 유럽의 기후변화 목표를 맞출 수 없다고 유럽연합을 압박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이 추진하려는 원전을 포함하면 2020년대에 동유럽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원전은 20기가 넘는다. 동유럽은 35년 전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에서 원전 바람이 불고 있다.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에 위치한 체르노빌 4호기는 35년 전인 1986년 4월 발전소 정지 시 터빈의 관성을 이용한 전기 공급을 시험하던 중 무리한 시험으로 제어 불능에 빠진다. 원자로가 붕괴되고 후쿠시마 사고의 1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유럽을 휩쓸었다. 더구나 체르노빌 원전은 통상의 원전과 달리 격납건물이 없어 사고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다. 사고 수습에 동원된 소방대원을 비롯해 28명이 방사선 피폭으로 사망했다. 사고 후 방사선 영향을 조사한 유엔과학위원회(UNSCEAR)는 방사선 때문에 암으로 15명이 추가로 사망했으나 공중보건에 큰 영향은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사고 20주년을 맞아 열린 체르노빌 포럼에서 유엔은 방사선 피폭 영향을 받은 60만여명 중 암 때문에 약 4000명의 인명 피해가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특히 동유럽에서도 벨라루스는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 체르노빌 사고의 방사선은 바람을 타고 벨라루스 방향으로 흩어졌다. 국토의 25%가 방사선에 오염됐다. 그러나 벨라루스는 지난해 최초의 원전을 준공했고 내년에 두 번째 원전이 들어선다. 또한 체르노빌 원전이 위치한 우크라이나 역시 2기의 신규 원전을 고려 중이다. 동유럽 국가들이 체르노빌 사고를 망각해서 원전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는 석탄 의존도가 74%나 된다. 풍력을 주력 재생에너지로 삼고 있으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턱없다. 체코 역시 석탄 화력 비중이 60%가 넘는다. 다른 나라들도 다르지 않다. 이들 국가들이 원자력을 추구하는 것은 경제를 뒷받침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기에 러시아 가스 의존을 줄이기 위한 의도도 있다. 마주한 현실은 아이러니를 뛰어넘게 한다.


동구권 원전은 대부분 러시아 원전이지만 최근 외신에 따르면 체코는 신규 원전 공급 대상자에서 러시아를 제외했다고 한다. 동유럽에서 우리 원전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배경이다.


35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 지역의 방사선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는 체르노빌 원전을 관광 상품화할 정도로 낮아졌다. 자연탐사 전문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이 2016년 체르노빌 사고 30년을 맞아 조사한 체르노빌의 자연은 생태계의 놀라운 복원력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지구촌에 깊게 박혀 있다. 친원전은 원전으로 인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체르노빌 사고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반원전이라고 체르노빌의 기억에만 함몰돼서도 안 된다. 동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어서다. 반원전으로는 우리 앞에 당면한 기후재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