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4명, 헌재에 헌법소원 청구 제출
서울대, 4월 말 정시전형에 교과평가 반영 확정
양대림 군 "적법요건 갖춰져 본안 판단 기대"
"정성평가 기준 모호"…정시 몰두 수험생 기회 박탈 지적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현재 고2가 대학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서울대학교 정시 전형에서 교과평가를 반영하기로 확정하자 수험생들이 헌법소원을 재청구했다.
8일 검정고시 준비생인 양대림 군과 고등학생 4명이 서울대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이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6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대 대입전형에 대해 수험생들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번째다.
서울대는 지난해 10월 2023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을 예고하면서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교과평가를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이 시행계획은 지난해 말 대학교육협의회 심의를 통과했고 서울대는 지난달 29일 확정된 입학전형계획을 발표했다.
2023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의 '교과평가'란 교과이수 충실도·교과성취도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1단계는 수능 100%로 2배수를 뽑고 2단계 평가에서 1단계 성적을 80점, 교과 평가는 20점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험생들은 입시 준비생들의 평등권과 신뢰보호 위반 등을 문제삼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까지 최근 8년 간 정시 전형에 교과평가를 반영하지 않았다가 2023학년도부터 내신이 반영되는 정시 일반전형 모집 계획을 예고했다. 작년 12월 헌재는 대교협 심의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며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법소원을 재청구한 이유에 대해 양대림 군은 "교과평가를 도입하면 과거에 학업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들은 뽑지 않겠다는 것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며 "지난 헌법소원 당시 시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 현 단계에서 판단할 실익이 없다고 각하했지만 이번에는 적법요건이 갖춰져 본안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3과 동갑인 양군은 서울대 의예과 입학을 지망하고 있다. 양군은 서울대 정시 지원을 목표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수능 중심으로 공부해왔던 터라 더 막막한 상황이다.
청구인들은 교과평가가 '정성평가'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정시 모집에 수시와 같은 평가 방식을 포함시키는 것이 검정고시 준비생을 비롯해 수능 위주로 준비해왔던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양군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8년 전 교과평가는 정량평가였지만 이번 교과평가는 입학사정관 2인이 정성적으로 평가하여 합산 반영하는 것"이라며 "검정고시 출신자들은 형식적인 기회인 수시 일반전형이 아니라 실질적 기회인 정시일반전형을 진정한 기회로 여겨왔는데 학교생활기록부 대체 서식에 '정성평가'가 도입되면 그 기회의 문마저 닫히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군은 "서울대가 교과평가를 전형요소로 활용하면서 정부의 정시 확대 방침이 사실은 무력화되었다고 본다"며 "헌법소원이 유일한 법적 구제절차라고 생각하며 위헌인지 아닌지 여부를 헌재가 따져줘야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도 대입 전형을 적용받는 현역인 고2들에게도 해당 전형 변경 내용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군은 "작년 10월에 전형 변경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미 기말고사까지 치른 상태에서 서울대를 목표로 준비한 학생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서울대 지망생 중에서는 재수나 삼수생들도 많은데 그동안 학교 성적을 안보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바뀌면서 모두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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