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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망 이용대가 분쟁…성장통 겪는 인터넷[차민영의 포스트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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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질 영상 수요에 트래픽 3년새 30배로
망 품질 유지 보수,관리 책임 두고
콘텐츠 제공자 vs 통신사업자간 갈등
망중립성 원칙, 양면시장 등 복잡한 ICT 이슈
인터넷 시장 성숙 과정에서 이해 충돌

넷플릭스·SKB 망 이용대가 분쟁…성장통 겪는 인터넷[차민영의 포스트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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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 인터넷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4K, UHD 등 고화질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전송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간 법정 싸움도 흔해졌습니다. 국내서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기업 넷플릭스와 국내 1위 통신사업자 SK텔레콤 계열의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두고 맞붙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3차 변론은 오후 3시 시작 후 6시를 넘겨 끝났습니다. 기술 프레젠테이션(PT)과 함께 기술자 증인 신문이 병행됐습니다. 법원의 1심 선고는 두 달 후인 6월 25일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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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 간 법정 다툼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우리는 전송료를 낼 의무가 없다"며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갈등 중재를 신청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방통위 중재를 건너뛰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트래픽은 지난 3년간 30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터넷 기본원칙·망중립성 원칙 등 복잡

3차 변론에서는 1,2차 변론 때 나왔던 주장이 반복됐습니다. 넷플릭스 법적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인터넷 기본원칙'의 개념을 앞세워 CP가 인터넷 접속료만 제공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전송료 지급이 강제될 경우 ISP가 '문지기' 권리를 남용해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비판도 내놨습니다.


반면 SK브로드밴드의 법적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기존 넷플릭스측 주장을 반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접속'과 '전송'을 구분한 넷플릭스측 주장이 맞다고 가정해도 망 이용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망중립성 원칙에 대해서는 '의료인이 환자를 차별없이 대해야 한다'는 의료법 제15조제1항을 예로 들며 무상 서비스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쟁점① 인터넷 기본원칙, 접속료…해석·정의 달라

넷플릭스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된다는 논지를 거듭 펼쳤습니다. 앞서 넷플릭스는 기존 중계사업자(ISP A)에 접속료를 냈기 때문에 착신망사업자(ISP B)인 SK브로드밴드에 전송료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인터넷 기본원칙에 '전송=무상'이란 개념이 있기 때문에 전송료는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우선 SK브로드밴드는 용어를 혼동해 쓰는 넷플릭스측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원고인 넷플릭스가 '접속'과 '전송'을 구분하는 과정이 국내 '기간통신역무'를 '송수신 일체 행위'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준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즉, 단순히 접속을 뛰어넘는 전송을 포함한 ISP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 모두가 망 이용대가라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나아가 SK브로드밴드는 접속과 전송을 구분한 넷플릭스 주장을 수용한다고 가정해도 망 이용대가 지급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소유의 배타적 사용권한을 보유한 인터넷망에 직접 전송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만큼 '접속'과 '사용'에 대한 대가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일본 구간 500Gbps, 한국-홍콩 구간 400Gbps는 모두 넷플릭스 트래픽을 소통하기 위한 전용회선입니다.


넷플릭스의 '인터넷 기본원칙에 따라 전송료가 무료'라는 전제도 정면 반박했습니다. 미국연방규정집이나 유럽연합(EU) 규정 어디에도 '접속'과 '전송'의 개념을 별도 규정하거나 '전송은 무상'이라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상호접속' 개념을 도입해 망 상호 이용에 따른 대가를 정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선용량에 따라 많이 쓰는 CP는 많이 내고, 적게 쓰는 CP는 적게 내는 종량제 개념입니다.


쟁점② CDN 구축 vs 그것만으로는 불충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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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측은 '인터넷'의 정의를 인용해 SK브로드밴드의 역할도 축소했습니다. 미국, EU 사례 등을 볼 때 인터넷은 네트워크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인터넷 전송'이라 함은 전세계적 연결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즉,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SK브로드밴드 이용자들만 연결시키므로 접속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완성시킨 것은 오히려 1조원을 들여 구축한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라는 설명입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를 연결점에 구비하는 것으로 역할을 마쳤다는 설명입니다. 1조원을 들여 넷플릭스의 자체 CDN인 OCA를 통해 전세계 인터넷 접속을 갈음하고, 도쿄와 홍콩 등 대한민국 인근에 캐시서버까지 구축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CDN들이 착신망 사업자들에 지급하는 이용대가를 산정하고, 간접적 대가를 포함한 금액을 글로벌 CP들이 먼저 CDN에 지급하는 계산 방식도 언급했습니다. 자체 CDN인 OCA를 보유한 넷플릭스 역시 자체 캐시서버가 있다고 해도 착신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없다면 최종 소비자들과는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쟁점③ 해외 ISP에는 망 이용대가 지불했나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사례들도 재차 언급했습니다. 2014년 미국 FCC에 제출한 확인서에서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부사장이 "원고 넷플릭스가 ISP인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TWC에게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진술했다는 대목입니다. 반면 켄 플로렌스 부사장은 이번 SK브로드밴드 사건에 대해서는 "원고 넷플릭스가 전세계 어떤 ISP에도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미국 통신사업자 뉴차터가 CP들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수취한 사례도 증거로 내밀었습니다. 미국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은 작년 8월 14일 "광대역 사업자들은 통상 에지 사업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다"며 CP로부터 대가 수취를 받을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연방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시장이 양면시장이라는 점에서 CP로부터의 요금 인상이 최종이용자들에게 부과하는 초고속인터넷 요금 인하를 가져올 것"이란 해석도 함께 내놨습니다. 프랑스 오렌지는 프랑스 경쟁청으로부터 2012년 '상호접속 용량 증설에 따른 망 이용대가 요구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준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파트너사인 7200여개 ISP 일체에 전송료를 일절 지급한 바 없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CP 비용 지급 사례는 SK브로드밴드 건과 다르며 '사적 합의'에 따른 것이란 설명입니다. 뉴차터 건 역시 전송료 지급을 명한 판결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전세계 어느 정부나 법원도 전송료 지급을 강제한 바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쟁점④ 전송료 지급=망중립성 훼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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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측은 통신사업자가 전송료 지급을 강제할 경우 망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란 주장도 펼쳤습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업자의 트래픽을 망을 운영하는 통신사업자가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인터넷 시장 초기 CP 접근 문턱을 낮춰 인터넷 시장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정립됐습니다. 지급 강제 시 CP 서비스 개발을 저해하고 소비자 후생도 저해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는 망중립성이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와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망 중립성은 ISP가 무상으로 트래픽을 전송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 역시 망중립성을 기본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부가통신사업자의 망 유상성을 인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원고인 넷플릭스조차도 '망중립성 원칙이 명시적으로 전송료 징수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이라고 설명한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원고들이 제시한 열린인터넷명령(Open Internet Order) 증거도 2011년 자료라는 설명입니다.


쟁점⑤ 통제력으로 보는 망품질 관리 의무

망품질 관리 의무의 쟁점 중 하나인 '통제' 여부에 대한 시각도 첨예합니다. 넷플릭스측은 SK브로드밴드 망을 SK브로드밴드의 이용자들이 '당겨서' 이용하는 것으로 넷플릭스의 관리 통제가 전혀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SK브로드밴드가 관리 통제한다는 주장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품질'을 강조한 SK브로드밴드에 있고 망품질 유지 의무 역시 SK브로드밴드 책임이란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송과정을 끌고 와서 스트리밍 전반의 알고리듬을 넷플릭스가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접속 과정부터 콘텐츠 전송, 콘텐츠 스트리밍 서버 지정, 실제 스트리밍까지 전 과정을 넷플릭스가 통제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화질은 곧 트래픽으로 넷플릭스가 망품질 관리 의무도 나눠가질 얘기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법적 공방은 망중립성 원칙, 양면시장, 열린인터넷 등 복잡한 ICT 개념들을 포함합니다. 인터넷 이용료 부담이 큰 CP와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짊어진 통신사업자들의 대리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특히 네이버 등 국내 CP들의 경우 매년 수백억원의 트래픽 이용에 따른 부담을 져 국내외 기업 역차별이란 지적도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일부 CP들의 경우 이번 통신사업자의 승리가 국내 CP들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업계 큰 관심이 쏠린 이번 판결이 어떤 결과로 끝날 지 주목됩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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