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예약’ 수준의 가계약은 취소시 돌려받을 수 있어
매매대금·잔금 지급날짜 등 협의했다면 본계약으로 여겨
전체 매매대금 10% 넘기면 가계약금 인정 못받아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직장인 A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발품을 팔던 중 어렵게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공인중개사는 “해당 물건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으니 가계약부터 하자”며 가계약금 500만원을 집주인 계좌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를 믿고 즉시 돈을 이체했지만 얼마 후 공인중개사로부터 “집값이 올라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었다”며 계약을 취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도자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세시장에서는 집을 구하는 이들이 더 나은 물건을 찾아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민법상으로는 계약을 파기한 매도인이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매수인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먼저 지급된 돈이 ‘가계약금’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법적으로는 매매 예약이라고 부르는 가계약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 향후 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본다. 따라서 가계약금은 원칙적으로 온전한 계약금으로 볼 수 없어 당사자가 변심했다면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원금 그대로 돌려주어야 한다. 이는 전세·매매 계약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정식 계약에 준하는 가계약을 맺은 경우는 예외다. 가계약금을 주고 받기 전에 계약에 관한 중요 사항들이 구체적으로 협의가 됐다면 이는 가계약이 아니라 본계약으로 여겨진다.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잔금 지급날짜 등이 대표적인 계약 사항으로 꼽힌다. 해당 사항들이 협의가 됐다면 계약이 완성됐다고 여겨져 효력이 발생하고, 계약이행에 대한 책임이 생긴다. 계약이행 책임이 생긴 이후 계약 내용을 불이행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가계약금의 액수도 본계약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체 매매대금의 10% 이상을 가계약금으로 지급한 경우 본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가계약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사전에 이러한 부분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약 내용을 구두로 합의하는 경우도 계약 체결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게 엄정숙 변호사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계약금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구두로 합의한 내용들은 입증이 어렵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매매목적물·매매대금 등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을 남겨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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