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1031913523540092_1616129556.jpg)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K콘텐츠의 뜨거운 인기는 영화 ‘미나리’에 그치지 않는다. 일명 ‘K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부터 ‘스위트홈’ ‘사랑의 불시착’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각국에 방영된 드라마들은 탄탄한 스토리 라인에 한국적 감성을 더한 K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일찌감치 확인 시켰다.
글로벌 유료 가입자 수만 2억명 이상인 ‘OTT 공룡’ 넷플릭스가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만 무려 5억달러(약 5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를 홀린 K콘텐츠가 이제는 글로벌 OTT 전쟁의 주요 무기가 된 셈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콘텐츠의 인기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콘텐츠 제작 중심 기지로 한국을 앞세웠다. 진출 첫해인 2016년 150억원 규모였던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는 매년 늘어나 불과 5년 만에 37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투자 계획은 약 560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5년간 투자액(약 7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한국에 제작된 콘텐츠가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팬들에게 익숙한 좀비 이야기를 한국의 역사 속에서 풀어낸 킹덤은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말 공개된 스위트홈은 공개 후 4주간 220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톱100 명단에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타트업’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한국 드라마만 무려 9개가 포진했다. 넷플릭스의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로 꼽은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일본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 다큐 역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원작으로, 6개국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글로벌 확장판도 제작 중이다.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민 ‘콘텐츠 왕국’ 디즈니플러스 역시 K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한국의 지식재산권(IP) 기반 K콘텐츠를 제작해 연내 한국에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성장세가 높은 아시아권 시장을 장악하는 데 있어 K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TV플러스는 아예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제작에 나섰다.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이민호 등이 캐스팅돼 이미 촬영 중이다. 과거처럼 한국 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소재 중심에 한국과 한국의 코드가 녹여져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만 K콘텐츠가 전 세계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른바 넷플릭스 종속이 심화하면서 국내 제작사는 K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들은 자체 투자 규모에서 뒤질 뿐 아니라 아직 해외 서비스까지도 갈 길이 멀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 OTT 수출의 수혜를 글로벌 OTT가 독점하게 될 수 있다"며 "디지털 식민지화, 디지털 콘텐츠 수익의 해외 유출 등을 막고 국내 플랫폼을 육성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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