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중국의 수요 감소에 횡보했던 구리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늘어날 수요만큼 공급이 커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전날 구리는 1톤당 9475.50달러를 기록해 이달에만 약 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 동안 4%가량 가격이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상승 흐름을 탔다.
구리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경기 회복기로 접어들면서 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구리는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 ‘닥터 코퍼’로 불린다.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제 회복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가격 랠리를 이어왔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년여간 구리 가격의 상승률은 90%에 달한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엔 생산국의 공급 안정화와 중국발 수요 감소가 나타나면서 장기간 9000달러 선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에선 구리 가격이 지난 2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톤당 9617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 제시로 수요 감소 우려를 키웠던 중국이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초대형 인프라 부양책 추진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신재생 성장 국면에서 구리는 전기차를 비롯해 태양광, 풍력 등에도 사용될 수 있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려는 수요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구리협회에 따르면 스마트시티 기술 구축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구리 수요는 오는 2025년이 되면 지난 2019년 대비 약 2배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측면에서 봐도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는 빠듯할 것으로 관측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칠레와 페루 등 중남미 광산 생산 개선이 예상되지만, 구리는 2014년 이후 부진한 설비투자로 신규 생산능력이 없어 공급부족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리 가격 상승세가 짙어지면서 관련주와 해당 상품의 수익률도 주목받고 있다. 1년 동안 200%의 수익을 올린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은 이달 들어 1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된 지수를 따르는 ‘KODEX 구리선물’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달 들어 7%가량 올랐다. 고순도 구리를 사용해 신동을 생산하고 있는 풍산은 이달 들어 6%가량 상승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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