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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비례적 대응전략, 북한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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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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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고난의 행군’ 결심을 언급했다. 당 기층조직의 핵심인 약 1만여 명 세포비서들 앞에서다. 항일 무장투쟁, 식량난에 준하는 비상한 각오를 주문한 것이다. 연초 제8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당세포비서대회까지 김 위원장은 당 중하위층 간부들을 다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소위 대미 장기전 차원의 내구력 다지기다. 이런 전략적 코드는 김 총비서의 태양절 참배 수행자 면면에서도 나타난다. 당 중심의 통치, 조직 정비, 규율 강화를 총괄하는 조용원 당 조직담당 비서, 주요 건설을 도맡고 있는 군의 박정천 총참모장, 대남·대미 ‘입’ 역할을 하는 김여정 부부장 등을 대동했다. 현 국면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상징적 행보로 읽을 수 있다.


안으로의 내구력 다지기는 대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비례적 대응전략’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처럼 상대가 한 대로 맞대응하는 ‘팃포탯’(tit for tat),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이다. 상대 행동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위해서는 내구력과 신속한 대응 카드의 현시가 필요하다. 그 예가 지난 3월 말 순항 및 단거리 미사일 발사다. 중단을 요구했던 한미 연합훈련 실시, 미국의 대북 인권 발언에 대한 응수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전략을 선언적으로 취하는 것일까. 이 ‘비례적 대응전략’은 게임이론 차원에서 본다면, 정세 관리에는 유용하다. 일단 자신의 전략을 상대방에게 쉽게 인식시킬 수 있다. 협력하면 협력, 적대하면 적대한다는 간단한 논리를 제기함으로써 상대는 이 규칙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위협적 강수를 두지 않는 가운데, 미국 역시 북한을 자극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일정 부분 언행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전략이 유용하게 쓰이려면, 초기에 상대에게 협력의 관대함과 보복의 철저함을 인식시켜줘야 한다. 굳이 개발 중인 전략무기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무리해가며 열병식에서 신종무기들을 과시한 것은 보복의 수단들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취할 대북정책의 윤곽, 대북 언행이 초기에 어떻게 취해지냐에 따라 그것을 빌미로 북한은 자신의 원칙을 초기에 강하게 행동으로 증명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바이든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에는 그에 맞게 화답할 북한의 대담함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선제적 강수를 일방적으로 둠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고 미국의 태도에서 명분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심을 끌고 압박하기 위해 먼저 위협적 무기 실험을 했던 때와는 다소 달라진 전략이다.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의 존재는 현시하되 선제적으로 직접 위협을 하기보다는 상대 행동에 따라 잘게 쪼개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상대와의 협력적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전형적 태도다.

비례적 대응전략은 양측이 서로 유사하게 취하게 되면 일단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선제적 강수를 두지 않으려 하거나 두었을 때의 파급력을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먼저 행동하기보다 상대의 반응만을 보려고 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전략적 인내 또는 소통 없는 기다림의 장기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기다림이 ‘오인’이나 위협적 관심 끌기로 돌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화해 신호의 발신 또는 우호적 신호를 전달할 메신저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갈등 종식은 압도적 굴복을 요구하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과감하고 선제적인 화해 메시지를 통해서 시작됐다.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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