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장영태 교수 연구팀
'항체 생산' 담당 B세포에만 반짝이는 형광 물질 찾아내
살아 있는 채로 분리 가능해져
질병 치료 항체 생산 등 응용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혈액 내에서 항체를 만들어 내는 B세포를 '살아 있는' 상태로 구별해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각종 질병 치료에 필요한 항체를 생산하는 등 응용 가능성이 열려 있어 주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의 장영태 부단장(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포막 지질의 특성만을 이용해 살아있는 B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형광분자 ‘CDgB’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B세포는 백혈구의 25%를 차지하는 림프구에 존재한다. T세포, NK세포 등과 함께 면역을 담당하는 데 자체적으로 인체 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암 세포들을 죽이는 T세포, NK 세포와 달리 항체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B세포를 살아 있는 채로 구별해 낼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에는 세포가 가진 고유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와 항체의 결합을 통해 B세포를 식별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B세포가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탄수화물 등 기존 바이오마커가 아닌 세포 자체의 차이를 이용해 식별하자는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생쥐의 비장에서 B세포와 T세포를 분리한 뒤, 1만 개의 형광분자를 주입했다. 그중 세포막에서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분자를 발견하고, 이를 CDgB라 명명했다ㅏ.
연구팀의 권화영 선임연구원은 “소수성인 CDgB는 체내와 같은 수성 매체에서 100nm 이하 크기의 나노 응집체를 형성한다”며 “나노 응집체 상태에서는 형광을 밝히지 않지만, 세포막에 융합되어 B세포와 결합하면 형광이 켜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CDgB가 세포막 지질의 길이 차이를 통해 B세포와 T세포를 구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B세포의 세포막은 T세포보다 지질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콜레스테롤의 함량이 낮아 더 유연하다. 실제로 골수세포에 CDgB를 적용하자 세포막의 유연성에 따라 형광의 세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막이 부드러운 분화 초기 단계인 B세포에 CDgB를 적용하면 강한 형광 빛을 내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성숙한 B세포에서는 약한 형광 빛을 낸 것이다. 요컨대 CDgB가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를 식별하고, 세포막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도구임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더 강한 형광을 통해 명확히 B세포를 구분할 수 있도록 CDgB를 개선하기도 했다. CDgB는 탄소분자가 길게 연결된 ‘탄소꼬리’를 가지는데, 이 꼬리의 길이에 따라 형광의 세기가 달라진다. 분석결과, 탄소 16~18개가 연결된 CDgB 유사체가 높은 B세포 선별성을 가짐을 확인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항체 기반 식별 기술을 대체하여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며 “향후 CDgB는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의 이상을 파악하고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화학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JACS·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 IF 14.612)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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