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급하지 않아" 발언 기모란 교수, 靑 방역기획관 임명
野 "백신확보 무능…피해 고스란히 국민 몫" 비판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연으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부의 백신 확보 및 방역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영국, 미국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속속 일상생활 복귀 준비를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16일 개각에서 청와대 방역기획관으로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해 백신 확보에 신속히 대응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작년 말 모더나 CEO(최고경영자)와의 화상 통화로 국민을 안심시켰다. 그것이 쇼였나 의심하는 사람마저 생겼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3%가 안 돼 OECD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와중에 청와대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반대하고, 백신을 조속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등 정치방역 여론을 주도한 기 교수를 방역기획관에 기용했다"며 "왜 방역을 교란했던 인사를 오히려 방역 핵심으로 세우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힘을 빼놓고 대놓고 '정치방역' 하겠다는 선언인지 의료계의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 교수는 지난해 11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은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백신이) 급하지 않다"며 "다른 나라가 예방 접종을 먼저 해 (역작용 등의) 위험을 알려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기 교수는 또 "화이자 백신을 계약해놨는데, 더 좋은 게 나오면 물릴 수 없게 된다", "백신 확보 문제는 정부가 잘못한 부분이 아니다" 등 정부의 방역 정책을 두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을 내고 "기 교수의 남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바 있다"며 "기 교수의 임명이 또 하나의 보은 인사에 지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기 교수는 그동안 전문가로서는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을 이어왔고,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냈다"며 "국민 불안은 안중에도 없이, 백신 확보에 무능했던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런 기 교수가 방역업무를 수행한다면, 그 무능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윤희숙 의원도 18일 페이스북에 "이분(기 교수)은 백신 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발언을 여러 번 함으로써 백신 확보 전쟁이 한창일 때 일반 국민을 혹세무민했다"며 "정권 말기이니 국민들의 울화를 가라앉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보다 그간 정권에 봉사하며 욕먹었던 분들에 대한 보은이 더 중요하다 판단했다고밖에는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이 지금이라고 과거의 자기 발언을 뒤집으면서까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무엇보다 화병을 견디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백신 확보 시급성을 주장해온, 정부에 쓴소리할망정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왔다는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이 자리에 앉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OECD 37개 회원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올 상반기 1200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오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방안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18일 기준 국내 백신 접종자는 151만2503명으로, 전체 국민(5200만명)의 단 2.91%만 접종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총 7900만명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별 계약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AZ) 1000만명분, 화이자 1300만명분, 얀센 6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노바백스 2000만명분을 확보했고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 가운데 상반기 국내에 도입되는 백신은 총 1808만8000회분이다.
그러나 AZ·얀센 백신의 혈전 등 부작용 여파로 모더나·화이자 백신 수요가 늘어난데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 접종' 기조가 번지면서 국내 백신 수급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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