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성장세 배민 위협…작년 11월 대비 사용자 110% 증가
강남 지역 단건배달 시스템 주효… 배민·요기요도 서비스 시작
"지난해만 해도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주문이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는데, 올 들어서는 압도적으로 쿠팡이츠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한 업주의 얘기다. 지난해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사용자 증가세가 두드러지긴 했지만 배달의민족(배민)이 이미 멀찌감치 앞서가 있는 데다가 배민 역시 코로나19로 사용자가 늘고 있어 간격은 좁혀지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쿠팡이츠의 성장세가 배민을 위협할 정도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급기야 배민은 쿠팡이츠에 더 이상 사용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엑시트(자금회수)에 성공한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을 이끄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이 국내 배달 앱 시장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30일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iOS) 스마트폰 기준 쿠팡이츠 사용자 수(MAU)는 지난해 11월 대비 1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185만5000명에서 올 2월 390만9000명으로 3개월 새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쿠팡이츠를 새로 이용하게 됐다. 지난해 8월에서 11월까지 3개월 간의 쿠팡이츠 사용자 증가율이 7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배민과 비교하면 쿠팡이츠의 성장은 더 두드러진다. 쿠팡이츠가 110% 사용자가 느는 동안 배민은 증가율 9%에 머물렀다.
◆배민 위기 틈탄 쿠팡式 투자=서비스를 시작한 2019년 쿠팡이츠의 사용자는 배민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간격은 지난해 말 8분의 1로 좁혀지더니 최근엔 4분의 1로 줄었다. 지난 1년 동안 배민이 요금제 이슈로 홍역을 치르고 딜리버리히어로(DH)와 합병 문제로 투자가 위축된 사이 쿠팡이츠의 공격적 투자가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이츠는 배달비를 대폭 인상해 배달원을 확보하고 업주들의 수수료는 낮추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시작하며 세를 키우기 시작했다. 쿠팡이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것처럼 쿠팡이츠 또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1개의 주문에 1명의 배달원만을 배정하는 ‘단건배달’ 시스템이 있다. 배달 품질은 높지만 한 번에 3~4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기존 ‘묶음배달’ 방식과 달리 충분한 배달원 확보가 필요하고 배달원 수익 보장 등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가 지난해 인수합병 이슈로 대규모 투자에 주저하고 있는 사이 쿠팡이츠가 단건배달로 치고 나간 것"이라며 "비슷한 가격에 30분 더 빠르게 음식을 받을 수 있는 고객 경험은 묶음배달 방식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 3구 기반으로 전국 서비스화=쿠팡이츠의 공세에 선두 배민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건배달이 확산되면서 기존 묶음배달이 상대적으로 저품질 서비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단건배달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배민은 지난 1월부터 강남 지역을 대상으로 단건배달만 수행하는 ‘번쩍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점유율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요기요도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통해 단건배달 경쟁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는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사용자에게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며 "인수합병을 마무리한 배민이 DH로부터의 자금수혈을 통해 단건배달 중심으로 배민라이더스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의 단건배달은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해당 지역 점유율이 최근 6개월 새 배민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강남 3구는 객단가와 배달 건 수가 전국 최고인 배달 앱 시장의 노른자위다. 서초구에서 초밥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올해 쿠팡이츠 주문이 크게 늘어 강남의 식당들은 배민에 노출되는 광고 상품 수량을 조절하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강남에서의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단건배달 서비스망을 전국으로 확충하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나만 없나"…'돈 벌려면 지금 만들라'는 계좌 뭐...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