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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백신여권, 일상복귀 열쇠 혹은 불평등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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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인증서 발급해 여행 등 허용
스마트폰 앱·QR코드 인쇄해 사용

아이슬란드, 지난 1월 세계 첫 발급
中은 이달 초 도입…EU는 6월부터
美·英뿐만 아니라 동남아도 관심

불평등 심화·개인정보 침해 우려
변이 확산에 실효성 불투명 문제
WHO "윤리·실용적 차원서 반대"

[글로벌포커스] 백신여권, 일상복귀 열쇠 혹은 불평등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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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갈릴리해 인근에 위치한 한 호텔.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여권 '그린패스'를 도입한 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 호텔 객실은 대부분 만실이었다. 호텔 지배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객실이 그린패스 소지자들로 찼다"며 "손님들은 행복하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호텔은 그린패스 도입 당일부터 수영장, 체육시설 등 호텔 부대시설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 일상을 완전히 회복한 상황은 아니었다. 커피숍에선 실내 수용 인원을 제한했고 조식도 실내 식당에서 먹을 수 없었다.


실내체육시설에는 그린패스 도입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한 50대 헬스클럽 이용자는 "오랜만에 왔는데 사람들이 예전만큼 많지 않고 운동기구도 간격을 두고 놓았다"고 말했다. 예루살렘의 한 헬스클럽 매니저는 "등록자의 30%만 복귀했다"며 "대부분 화이자 백신을 맞은 5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선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이베이 등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고가 그려진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록 카드가 최소 15달러에서 최대 2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NBC시카고 등이 보도했다. 가짜 증명서를 주문하면 판매자가 이름, 접종일, 접종 백신 등을 기입해 보내주는 방식이다. 다크넷에서도 최근 들어 이름과 원하는 접종일을 제시하면 가짜 접종 증명서를 판매하는 업자가 급증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체크컴퍼니는 "증명서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1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일상으로 돌아갈 황금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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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그린패스와 같은 백신 여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백신 여권이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각국 정부가 상호 인증하는 문서를 발급하고 이들에 한해 여행 등을 허용하는 제도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백신 여권에 대한 논의는 일찌감치 진행됐다.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황금 티켓’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불평등 심화, 개인정보 침해, 효용성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백신 여권은 접종 날짜, 백신 종류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저장해 다른 나라에 입국하거나 영화관, 공연장 등 다중밀집시설에 입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증명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QR코드처럼 스캔 가능한 코드를 종이에 인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접종을 마친 사람이 다른 나라에 입국하거나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콘서트장 등 공공장소를 방문할 때 접종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백신 여권은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 1월 전 세계 처음으로 백신 여권을 발급한 국가는 아이슬란드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오는 6월15일부터 백신 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관광산업 비중이 큰 국가가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EU 차원의 대응을 지속적으로 촉구한 결과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프랑스의 RTL 라디오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유럽 전역의 여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미국, 영국처럼 접종률이 높은 국가는 백신 여권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시사했다. 아시아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거세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 자국민용 백신 여권 ‘국제여행 건강증명서’를 출시했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발급되는 증명서에는 코로나19 백신 종류와 접종 날짜뿐 아니라 핵산검사·혈청 항체검사 결과도 담겨 있다.


일본 정부도 이르면 다음 달 백신 여권을 출시한다. 출국하는 자국민뿐만 아니라 일본에 방문했던 외국인이 항공기에 탑승하거나 해외 호텔에 체크인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관광업이 먹거리인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국가 간·개인 간 불평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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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백신 여권을 도입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와 접종 후순위자, 제외 대상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백신 효과 지속력,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용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여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백신 여권은 윤리적·실용적 차원에서 해외여행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백신이 세계 곳곳에서 충분히 접종되지 않았고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백신 여권 발급 전략은 접종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불공평해 체제의 불공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이 꼬집은 불평등 심화는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선진국들이 백신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 과반은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 세계 240여개국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준 102개국으로 전체의 40%대다.


대륙별로 보면 인구 100명당 접종 비율은 북미가 26.0%로 가장 높고 유럽(15.0%), 남미(7.9%), 아시아(4.9%)가 뒤를 이었다.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는 각각 1.3%, 0.7%에 불과하다. 백신 여권 도입이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 대한 차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진국 안에서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임신부와 유·아동, 기저질환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환자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또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소외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권, 출생증명서 같은 신분증이 없거나 디지털 백신 여권을 내려받을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살 수 없는 수십억 명에 대한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실효성 불투명도 문제

디지털 증명서로 발급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증명서에는 보통 접종 완료자의 신원과 백신 접종 여부, 코로나19 검사 결과뿐만 아니라 의료·여행 정보와 생활 동선 등이 담긴다.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백신 여권 도입은 사람들의 생활에 감시 카메라를 두는 셈"이라며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고 나아가 백신 여권 앱 개발사들이 정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 여권이 소지자의 상태를 100% 증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선 코로나19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밝혀지지 않은 데다 접종 완료 후에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브라질·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코로나19를 중화하는 데는 항체 효과가 확연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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