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코로나19로 경제가 극심히 어려웠던 지난해 오히려 가계 재정은 역대 최고 수준의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극도로 줄인 결과로,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22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지난해 전국 약 7200가구(2인 이상)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계수지 지표(흑자율)는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를 기록했다. 연중 가계 흑자율이 3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한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처럼 가계 흑자율이 대폭 상승한 것은 소득이 늘어서가 아니라 경기불황 국면에서 지출이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가계 흑자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처분가능소득과 흑자액은 증가한 반면, 평균소비성향은 하락을 보여주고 있다"며 "소득 5분위별 평균소비성향도 모든 소득 분위에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소비성향 추이는 향후 경기 상황에 달렸다. 불황이 지속될 경우 미래 소득 감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출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반면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비축된 흑자가 폭발적 '보복 소비'로 연결되기도 한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최근 '과거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의 소비지출 패턴 비교' 보고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에선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저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에 따라 경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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