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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2+2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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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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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국방 수장들의 2+2회담이 있었다.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큰 얼개와 한반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첫 해외 순방 경로가 갖는 전략적 상징성은 크다. 정세를 읽는 미국의 관점, 지정학적 스케일링, 전략적 수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려가 든다. 미국 두 장관의 발언은 향후 한반도의 갈등적 상황을 상상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전략적 스케일링이다. 이번 순방의 핵심은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국 포위다. 대서양 동맹, 인도·태평양 전선, 한·미·일 동맹이 포위의 지정학적 거점이자 전선이다. 이 전선을 잇는 끈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동맹국 역량 강화다. 이 두 축으로 대중국 포위 전선 형성이다. 민주주의와 인권·국제법·동맹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구도에 맞게 동맹의 역할을 조정·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동맹도 예외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으로 반복 언급했다. 주한미군 역시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한다"고 밝혀 미국이 규정한 ‘위협’, 대중국용으로 동원될 수 있음을 열어놓았다. 한미동맹이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결국 이 가치에 반하는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대중국 포위·압박에 협력하는 것을 한미동맹의 가치로 제시한 것이다.


셋째 ‘억제’의 강조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공동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동맹 억제태세’ 강화를 언급했다. 누구에 대한 억제인지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북한만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억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 지속, 주한미군 역내 평화·안정 역할 유지, 전력 태세와 역량 확보 등을 약속했다. 전시작전권 전환 지연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런데 치명적 지점이 있다. 북한에겐 이번 한미간 공동성명이 싱가포르 북·미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으로 읽힐 수 있다. 결국 대중국 포위전략에 경도돼 이런 세부사항을 놓친 것인지, 북한의 요구를 애초부터 배제하겠다는 것인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기존 북·미 합의에는 반한다. 마지막으로 북핵 발언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속단은 이르지만 지금까지 나온 발언들은 기술적이고 지엽적이다. 북한은 근본적 관계 개선, 상호주의적 접근이라면 미국은 아직도 압박과 외교라는 기술적 선택 속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대북정책 ‘전면적 재검토’에 걸맞는 전환이나 성찰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한미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이란 대목도 의구심이 든다. 동맹 의사를 적극 반영하는 차원의 긴밀함인지, 한국의 독자 행보를 차단하기 위한 수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완전한 조율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하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서로 입장과 국익이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완전하게 일치시키겠다는 것인지, 서로의 일정한 차이를 긍정해 주거나 활용하도록 하는 게 더 생산적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교·국방의 해외 첫 행보가 너무 거칠다. 기승전 대중국 포위압박 전략에 맞춰졌다. 양자 간 개별 및 지역 현안들도 대중국 전략에 끼워 맞춰진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는 대중국 비판과 포위를 위한 동맹 강화에 할애한 비중에 비하면 초라하다. 정작 한국이 신경 쓰는 현안에 대한 섬세함과 존중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좀 더 정교하고 전략적인 구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향후 갈등적 대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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