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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차별 93년 아카데미상 역사…'기생충'·'미나리'가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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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2년간 남·녀주연상에 동양인 한 명도 없어
아카데미 회원 구성도 백인 남성이 절대 다수
동양인 회원 "그동안 우리 외면받아…이제 변화할 조짐"

제93회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미나리' 감독과 배우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제93회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미나리' 감독과 배우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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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역대 최대의 이변' 다가오는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을 바라 본 외신들의 반응이다. 특히, 아시아계 배우가 사상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로 지명됐다. 인종과 성별 측면에서 가장 포괄적인 후보자 명단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그동안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오스카 진출 역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시아계 배우 아카데미 최초 주연상 진출

지난 14일 전 세계로 생중계된 후보자 발표식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고 동일 영화의 주연 배우 스티븐 연도 후보로 선정돼 역대 최초 아시아계 남우조연상 후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배우 윤여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배우 윤여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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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사상 최초로 감독상 후보 명단에 2명의 여성 감독이 이름을 올렸으며 역대 최초로 무슬림계 배우가 연기상 후보로 지명됐다. 또 전 부문에 걸쳐 70여명의 여성이 후보에 올라 한 해에 가장 많은 수의 여성들이 노미네이트된 시상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문화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번 후보자 명단에 대해 "오스카가 새 역사를 썼다"며 "특히 아시아계 배우가 처음으로 연기상 후보로 오른 것은 오스카가 드디어 다양성 측면에서 진전을 보였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93년 오스카 역사에서 외면받아온 아시아계 영화인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오스카 역사에서 아시아계 영화인들은 타 인종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아시아계 감독이 제작한 영화가 오스카의 대상 격인 '작품상' 후보작에 오른 작품 수는 총 8편이다. 연도로 계산하면 93년 역사 중 단 7년만 아시아계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에 오른 클로이 자오 감독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후보에 오른 클로이 자오 감독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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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후보작들의 감독에는 ▲ 인도인 1명('전망 좋은 방' 등 이스마일 머천트) ▲ 대만인 1명('와호장룡' 등 이안 감독) ▲ 한국인 1명('기생충' 봉준호 감독) ▲ 한국계 미국인 1명('미나리' 정이삭 감독) ▲ 중국인 1명('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으로 총 5명이다.

감독상 부문도 마찬가지다. 93년 오스카 역사에서 감독상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계 감독은 총 6명이다.


구체적으로 ▲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1965년, '사막의 여자')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1985년, '란') 등 일본인 2명과 ▲ 대만인 이 안 감독(2000년 '와호장룡',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 ▲ 한국인 봉준호 감독(2019년, '기생충'), ▲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2020년, '미나리') ▲ 중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2020년, '노매드랜드') 등이 있다.


이처럼 아시아인들에 대한 오스카 ‘외면’의 역사에 대해 아시아계 영화인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전미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소속 아시아계 회원들의 모임인 '아시아인 행동위원회'의 크리스 타시마 배우는 "우리는 거의 없는 존재와 다름 없었다"며 "애초에 영화에 출연할 기회조차 없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영어권 영화에 상을 수여하는 외국어영화상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년 간 후보작으로 지명된 아시아 국가의 영화들은 총 7편이다. 같은 기간 유럽 영화들은 총 59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특히, 아시아인이 주목받지 않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바로 '연기상' 부문이다. 지난 92년 간의 오스카상 역사에서 남·녀주연상 부문 후보로 오른 동양인은 한 명도 없었다.


영화 기생충의 경우에도 전미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을 수상할 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오스카상의 연기상 부문에는 후보를 올리지 못했다. 버지니아대의 미국학 교수인 실비아 정은 "오스카가 아시아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배우들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며 "배우들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면 어떻게 영화의 작품성이 좋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처럼 아시아인들의 후보 지명과 수상이 적을 수밖에 없는 배경은 오스카상 후보작들에 대한 투표권을 지닌 아카데미 회원들의 구성 방식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BC방송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아카데미 회원 중 유색인종은 단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양인 회원 수가 모든 유색 인종 중에서 가장 적었다.


할리우드전문매체 더랩은 "백인 남성 위주의 아카데미 회원 구성이라는 특성상 이들 회원은 일반적으로 아시아 영화보다 유럽 영화를 더 선호한다"며 "대부분 서양인들로 구성된 아카데미 회원들은 같은 서양권 문화인 유럽 영화가 더 익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할리우드 '다양성' 강화 운동에도 정작 동양인들은 관심 밖

이처럼 오스카에서 외면받아 온 아시아인들이 실제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도 과소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CNN방송은 "현재 미국의 총 인구 중 약 5.7%가량은 아시아인들로 구성돼있다"며 "그러나, 미국 영화에 출현한 아시아인은 전체 출연진 중 3.7%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의 저널리즘대학이 지난달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 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모든 TV 프로그램 중 절반에 달하는 작품에 단 한 명의 동양인도 출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배우의 경우 전체 작품 중 22%의 작품에만 출현하지 않아 동양인 배우들이 흑인 배우보다 상대적 차별을 더 겪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개봉한 100여개의 영화 중 66%는 흑인 배우가 주연급 등장 인물로 출현했지만 동양인 배우는 단 6.3%였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정장을 입은 동양인 어린이들이 무대위로 올라온 모습 [사진출처=트위터]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정장을 입은 동양인 어린이들이 무대위로 올라온 모습 [사진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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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명단이 백인 일색이라며 아카데미상의 다양성 보장을 촉구하는 '오스카소화이트'(#OscarsSoWhite) 운동이 시작됐지만 여기서도 아시아계 영화인들이 외면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운동이 시작된 직후인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아시아에 아동 노동 착취가 만연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농담을 하는가 하면, 정장과 안경을 쓴 동양인 어린이를 무대로 불러내며 '동양인은 수학 공부만 하는 인종'이라는 미국인들의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또 다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인터넷매체 바이스는 “동양인들의 할리우드 진출을 제약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동양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이라며 “미국인들 대다수가 동양인은 감정이 결핍돼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양인들의 ‘감정을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이들은 영화 배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 미국인들에게 자리잡았고 이것이 다시 동양인들의 할리우드 영화 진출 기회를 방해하면서 편견을 해소할 통로도 막혔다는 분석이다.


바이올라대의 낸시 왕 연 사회학 교수는 “할리우드는 동양인들의 감정 결핍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 선입견이 동양인 배우의 기용을 더 꺼리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오른 '노마드랜드'의 한 장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오른 '노마드랜드'의 한 장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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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을 앞두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오스카상. 지난해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과 올해 미나리의 후보작 지명을 시작으로 할리우드의 동양인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수 있을까. 올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로 동양인 감독이 제작한 영화 ‘노마드랜드’와 ‘미나리’가 올라갔다. 현재로서는 지난달 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노마드랜드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상적으로 아카데미상의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올해를 계기로 할리우드가 동양인을 대하는 태도가 변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카데미 아시아인 행동위원회' 타시마 회원은 “(동양인의 할리우드 진출)은 정말 오랜 기간 소요된 힘든 투쟁이었다”며 “5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동양인의 할리우드 주류 사회로의 진출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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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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