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尹 대선도전 전망에 "역사 퇴보 좌시않을 것"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 마땅히 해야할 행사
윤석열 "국민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대선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전 장관이 '윤석열을 잡을 적임자'라는 명분으로 추 전 장관의 대권 행보를 전망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은 각각 검찰총장과 법무장관 현직에 있을 때 검찰개혁을 두고 극렬한 갈등을 보인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 전 장관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추 전 장관은 그에 앞서 같은 해 6월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 "장관 말 겸허히 들었으면 지나갔을 일을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꼬이게 했다"며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추미애 두 사람의 대권 출마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개혁을 필두로 큰 갈등을 겪은 두 사람이 이제는 자유롭게 정치적 발언도 하며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맞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 대선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 추미애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는 것이지 아무 때나 나선다고 되겠는가"
다만 추 전 장관은 최근 자신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시대적 소명을 언급, 국민이 원하면 대선에 나설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해 '대선 출마 가능성'의 여지는 열어둔 상태다.
또 윤 전 총장 역시 당분간 대외 활동 없이 칩거 생활을 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 생활을 끝낸 뒤 강연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추 전 장관은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17일 오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주4·3특별법 제·개정 유공 감사패를 받은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들이) 제가 가진 여러 가지 미래 비전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시고 저를 부르신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나름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서로 이해하고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하겠다고 할 때, 제가 쓸모 있다면 나설 수 있는 것이지 아무 때나 나선다고 되겠는가"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산업화 시대, 또 세계적으로도 전쟁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전쟁이 있었던 20세기를 보내고 21세기로 넘어온 지 벌서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체계는 여전히 어떤 진실도 흑백논리로 뭉개려고 하는 퇴행적인 세력이 아직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우리가 촛불을 들어서 헌정 질서를 복구하고,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또 그것을 되돌리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 전 장관은 "이 시대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 방향에 맞는 궁리를 하는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이 속도로는 안 되겠다'는 국민들은 그런 시대의 과제를 풀어내는 지도자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시대의 부름과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연마하고 궁리를 해 잘 준비하는 여러분들이 계실 것이다. 제가 가진 여러 가지 미래 비전들이 필요하다고 느끼시고 저를 부르신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저 나름의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추 전 장관은 거듭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박범계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재심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검찰이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증거를 날조한 증거가 확보됐을 것"이라며 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전망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굳이 나온다면 그건 야당과 언론이 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윤 전 총장 대항마로 대선에 나설 수 있다는 일부 관측과 관련해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서도 "역사의 진보와 발전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 퇴보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 윤석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은 당분간 대외 활동 없이 칩거 생활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10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윤 전 총장은 이달과 4월 중에는 특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며 "이에 공보활동 필요성이 있는 지 의문이고, 특별히 준비해 둔 것도 없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강연을 통해 여러 정치적 현안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윤 전 총장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검찰 개혁을 포함한 법치주의 질서에 관해 종합적인 입장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런 내용이 며칠 만에 뚝딱 되는 것은 아니므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의 일이 아니다. 강연 활동이나 기타 외부 활동도 3·4월 중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 측근은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항이므로 우선 정돈을 하고 소송 마무리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변동 사정이 있으면 사전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거취에 대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당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봉사)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해 선명하게 선을 긋지 않은 대답이다.
◆ 윤여준 "모욕적인 상황에도 일체 반응 없이 짤막한 멘트…훈련 상당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지낸 추 전 장관에 비해 이른바 '여의도 경력'이 없는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가 현실화하면 정치력에서 추 전 장관에게 밀릴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윤 전 총장이 정치 감각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7일 국민의힘 초선 공부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강연자로 나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성사되면 내년 대선에서 당선 확률이 강력한 대선주자가 아니겠나 생각한다"면서 "모욕적인 상황에도 일체 반응 없이 짤막한 멘트를 하는 것을 보고 그 정도면 훈련은 상당히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는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일단 '친문'(親文) 세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또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정치 경험의 부재가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당원들이 추 전 장관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과 갈등 국면에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추 전 장관 입장에서 쉽지는 않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이어 "또 과거에는 윤 전 총장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던' 상황이나 이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면 윤 전 총장이 대놓고 추 전 장관을 직격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평론가는 이어 "추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일종의 정치 기반을 더 다지기 위해 대선 관련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당 후보로 나서기까지) '친문 제3지대 후보론' 등 여러 현안이 있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관측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정치인 윤석열을 떠올리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당장 현실 정치의 벽이 그렇다. 자기 계파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다"면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런 상황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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