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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 섬 진흥원은 마땅히 ‘대한민국 섬의 수도’ 목포권에 유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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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룡 국립목포대학교 사학과 교수(전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국립목포대학교 사학과 교수(전 도서문화연구원장)

강봉룡 국립목포대학교 사학과 교수(전 도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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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서영서 기자] 아직도 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미미하고 부정적인 편견이 만연해 있다. 섬은 ‘교사 성폭력 사건’, ‘염전 노예 사건’ 등을 과도하게 내세워 야만의 땅으로 매도 되기 일쑤였다.


그들에겐 실제 섬이 범죄 청정 구역이라는 사실은 아예 관심도 없다. 최근 신안 안좌도의 퍼플교가 독일·홍콩에 이어 미국의 CNN과 폭스뉴스 등이 관광 매력 포인트로 대서특필하고 있다는 자랑스런 기사에도 댓글은 여지없이 입에 담지 못할 비난 일색이다.

제대로 된 국가의 섬 정책도 미미했다. 1988년 ‘도서개발촉진법’이 처음 제정되면서 이에 따라 ‘도서종합개발 10개년 계획’이 3차에 걸쳐 실행됐고, 지금 4차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이를 일관성 있게 집행할 섬 정책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대여섯 개의 정부 부처가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주어진 관련 예산을 집행할 뿐이었다. 명목상 행정안전부가 섬 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역부족이다.


‘섬의 날’ 제정과 섬진흥원 설치 논의가 목포권에서 일어나다.


설립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섬 연구에만 매진해온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지난 2012년에 섬 정책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안을 내부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 전라남도와 논의를 확대 진행했다.

전라남도는 지난 2014년 ‘섬 발전 진흥원’ 설립건을 국고 지원 신규 사업의 하나로 선정해 정부에 건의했다. 이것이 섬 진흥원 설립의 최초 제안이다.


그러나 섬에 대한 무심함이 여전한 상황에서 그 첫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서문화연구원은 포기하지 않고 내부 논의와 연구를 심화해 갔다.


국내의 사정과 외국의 사례를 검토하고 섬 진흥원의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타진했다. 그리하여 지난 2017년에 전라남도와 협의를 재개해 ‘한국섬발전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설립안을 마련하고 이를 전라남도 차원의 19대 대선 공약으로 각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지난 2014년의 뼈아픈 좌절의 경험이 있었기에 섬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던 터였기에, 도서문화연구원은 국민적 공감대의 확산을 위해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운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지난 2016년에 홍선기 도서문화연구원 교수(현 사단법인 한국섬재단 이사장)가 칼럼을 통해 ‘섬의 날’ 제정을 최초 제안했고, 필자는 당시 도서문화연구원 원장으로서 목포MBC의 적극적인 홍보 지원을 받아 당시 이낙연 전라남도 지사와 박지원 당시 목포 지역구 의원 등과 합심해 ‘섬의 날’ 제정 운동에 앞장섰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2월 28일 박지원 의원의 대표 발의로 법률 개정이 이뤄져 세계 최초로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확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8월 8일이 세계 최초의 섬의 날이다.


섬의 날이 제정되면서 섬 진흥원 설립 추진도 탄력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16일 총리실(당시 이낙연 총리)은 행정안전부의 건의를 받아 (가칭)한국섬발전연구진흥원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년 여의 산고 끝에 2020년 12월 1일 ‘도서개발촉진법’을 ‘섬발전촉진법’으로 개명하고 여기에 ‘한국 섬 진흥원’의 설립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안이, 김원이 목포시 지역구 의원과 서삼석 신안·무안·영암 지역구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 돼 통과됨으로써, 마침내 섬 진흥원 설립이 법제화 된 것이다.


섬 진흥원이 반드시 목포권에 설립돼야 하는 이유


이렇듯 섬의 날 제정과 섬 진흥원 설립은 목포권에서 시작됐고 목포권 정치인들에 의해 마무리된 셈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목포권은 신안군, 진도군과 완도군을 포괄하는 세계적인 다도해 해역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 섬의 65%가 전라남도에 밀집돼 있고, 전라남도 섬의 70% 이상이 목포권에 집중돼 있다. 일찍이 1926년 매일신보에서 목포를 ‘섬의 수도’라 일컬은 것이나, 우리나라 최초의 섬 연구기관인 도서문화연구원이 1983년에 목포대에 설립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더욱이 목포권은 우리나라 섬의 대부분이 분포한 서해와 남해를 이어주는 대한민국 다도해의 결절점에 위치한다. 9세기 장보고가 완도의 섬을 중심으로 목포권 다도해를 관할하고 중국(당시 당)과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해상 활동을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목포권 다도해의 위치 때문이다.


장보고의 해상 활동은 섬 발전을 전국화하고 글로벌화하기에 가장 적실한 장소성이 목포권에 있음을 역사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도 섬 진흥원이 목포권에 유치돼야 할 필요 충분한 조건과 이유가 된다. 여기에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와 명분도 무시할 수 없다.


한반도의 동서 양축을 이루는 부산권과 목포권 사이의 불균형은 너무 심각해 국가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될 정도이다. 부산권은 해양 관련 기관의 집적을 통해 ‘해양 클러스터’를 완성하고 가덕도 신외항과 신공항을 화두 삼아 ‘동북아 해양수도’를 자부하며 국가의 책임 있는 중심축을 확립해 가고 있음에 반해, 목포권은 아직 정체성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목포권은 섬 진흥원의 유치를 정체성 확립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섬 진흥원의 유치를 계기로 여타의 국내외 섬 관련 기관들을 집적해 ‘섬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섬의 수도’로서의 위상을 확립해 국가의 책임 있는 또 하나의 중심축을 세우고 국가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사명이 목포권에 있음을 직시할 것이다.


다도해의 관문 목포권을 ‘대한민국 섬의 수도’로


지난 8일 섬 진흥원 유치 신청서 접수가 마감됐다. 5개 시도 9개 기초지자체가 유치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목포시와 신안군이 각각 별도의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목포시는 목포권 다도해의 관문 도시이고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한 신안군은 진도군과 완도군이 연접해 우리나라 최대의 다도해 해역을 이루는 핵심 지자체이다.


현재 목포시와 신안군은 별개의 지자체를 이루고 있지만 동일의 역사 공동체요 생활 공동체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혹여 목포시와 신안군의 분열로 인해 섬 진흥원 목포권 유치의 대의명분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려한 목포시와 신안군 시민단체들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후 단일 신청안 합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선은 애초 목포시와 신안군이 단일 신청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발됐으니 기왕지사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시민단체가 촉구한 바대로 두 지자체가 사후 단일 신청안을 합의하는 차선책을 도모할 때다.


두 지자체는 지역민과 국민의 여망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진정성을 갖고 사후 단일 신청안에 합의함으로써 목포권과 전라남도의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섬 발전을 추동하는 대의에 동참할 것으로 진심으로 바란다.


두 지자체가 끝내 그 여망을 저버린다면, 마지막 차차선책으로 섬 발전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결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섬의 날 제정과 섬 진흥원 설립 운동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결단에 맡기는 차차선책을 기다리지 말고 목포시와 신안군이 선제적으로 의기투합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또한 정부는 여하한 상황에서도 목포권에 섬 진흥원을 설치하는 것이 국가 섬 정책의 백년대계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 최선책임을 숙고할 것을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호남취재본부 서영서 기자 just844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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