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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차등의결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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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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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상장 소식에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된 차등의결권이다. 쿠팡 주식은 1 주당 1 의결권이 부여된 일반 보통주인 클래스A와 1주당 29 의결권이 주어지는 클래스B 등 두 종류로 나뉘며 클래스B는 모두 김범석 의장의 소유가 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언론, 재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우리나라 기업인 쿠팡이 차등의결권 때문에 우리나라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며 우리나라도 조속히 차등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만약 차등의결권이 국내에 허용됐다 하더라도 쿠팡이 국내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쿠팡은 미국 델러웨어 주에 법인 등록이 되어있는 쿠팡 LLC가 100% 소유한 자회사이며 이번 상장은 바로 이 쿠팡 LLC가 상장하는 것이다. 쿠팡 LLC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30억달러를 포함해 5조원가량의 자금 거의 대부분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조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쿠팡의 누적 적자 규모는 4조원가량으로 이러한 재무상태로는 현재 국내 상장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쿠팡의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고 상장 후 자금 회수도 용이하며 향후 경영진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 쉬운 미국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은 투자자로서 합리적인 결정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대해 다른 주식들에 비해 더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페이스북, 구글 등 상당수의 해외 기업, 특히 최근 들어서는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창업주나 그 가족들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차등의결권에 대해 기관투자자들과 정책당국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는 SEC가 차등의결권을 전면 금지시킬 것을 촉구했고, 국제의결권자문사 ISS, 블랙록 역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S&P 다우존스는 향후 S&P 1500 지수에 차등의결권 보유 기업을 배제할 것을 발표했다.


최근 거래소 간의 상장 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홍콩, 싱가포르 거래소가 차등의결권을 허용해 아시아 지역에서도 차등의결권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는 차등의결권을 일부 허용할 전망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 법안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1주당 2개 이상 최대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허용된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주의 보유 지분이 30%를 밑도는 경우 최대 10년까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대환영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경영권을 강화하거나 상속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은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 의장에게 부여된 차등의결권은 기존 주주들이 김의장의 경영에 대해 신임장을 수여한 것과 같다. 절대적인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향후 쿠팡의 경영이 어려워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손정의 회장을 포함한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의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견제 수단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의 사례는 특수한 경우로서 이를 근거로 전면적인 차등의결권의 도입을 추진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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