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2022년 미래 시나리오 공모전 수상작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 서기 20XX년 어느 날. 사람들이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실제 현실과 헷갈리기 시작했다. 당국은 VR이나 AR의 경우 프로그램 한쪽 구석에 빨간 점을 항상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또 사람들의 중독을 막기 위해 30분마다 "당신은 가상현실을 체험 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5초 이상 표시하도록 했다. 폭력성ㆍ선정성 등 때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VR프로그램을 파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단속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마치 마약처럼 더 자극적인 VR을 찾아 중독된 이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작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VR을 통해 손쉽게 원어민으로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됐고 사회 수업도 훨씬 재밌어졌다. 악기나 운동도 VR로 배울 수 있고, 노인 인구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 능력이나 재취업률도 훨씬 올라갔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진 것은 화재ㆍ수난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VR을 통한 안전 교육을 훨씬 재밌고 실감나게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돌아가신 고인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은 새로운 논란 거리다. VR을 통해 고인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 등 사회적 재원이 낭비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 서미숙씨는 오늘도 스마트 도우미의 목소리에 아침잠을 깼다. 그녀는 드론 배송을 통해 약을 배달 받았고, 에이미는 의료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그녀의 몸을 스캔하는 등 건강을 챙겨주고 있다. 의사 진료도 홀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는 데, 그녀의 담당의사는 로봇이다. 서미숙씨에겐 개인 정보를 담은 칩도 심어져 있다. 병원에 간 서미숙씨는 온통 휴머노이드들이 일을 하는 병원에서 말없이 약을 집어 들고 나왔다. 로봇들과 경쟁하면서 바쁘게 살아온 그녀는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사람들과 연락도 하지 못해 디스커넥션 블루(Disconnection Blue)에 걸리고 말았다. 현재 사회의 46.7%가 가지고 있는 이 우울증은 사람들간의 접촉, 연락 두절로 인한 고립감이 원인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상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2일 오전 개최한 '과학기술로 여는 미래사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의 일부에 담겨 있다. 과기부는 미래기술에 대한 국민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연구개발 정책에 반영해 국민의 상상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도록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이 공모전을 개최 중이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총 458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돼 미래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 평가를 거쳐 1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고,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1079명 참여)를 통해 10개 작품에 대한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접수한 458개 작품 속 미래기술들과 기존 선행조사(미래예측보고서, 영화ㆍ드라마 분석 등)의 기술들을 심층분석해 국민의 수요를 반영한 미래 중점기술 개발 분야를 도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도출된 미래 기술 분야는 기술 구체화를 통해 신규과제 기획 및 정책 지원 방향 도출 등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활용된다.
김봉수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이번 공모전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면서 "국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더 나은 미래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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