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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라임라이트]'아마겟돈' 지구 구원자, 이민자 영혼 위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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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폴役 윌 패튼 단독 인터뷰
술·담배 멀리하고 십자가 매고 걷는 전형적 프로테스탄트 신도 연기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열린 마음으로 모든 장면 함께 연구"
"제이콥·모니카 다툼, 영혼 불타는 듯…많은 사람들이 확인했으면"

영화 '미나리' 스틸 컷

영화 '미나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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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에서 폴은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가리킨다. 전형적인 프로테스탄트 신도다. 열심히 일하며 금욕적인 행복을 좇는다. 삶에 엄격한 태도가 유지돼야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술·담배는 멀리하고 주일마다 십자가를 매고 걸으며 회개한다. 현실은 영세한 소농민에 불과하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까지 당한다.


서글픈 처지는 윌 패튼(67)의 말쑥한 인상과 만나 보편성을 얻는다. ‘아마겟돈(1998)’에서 지구를 구하고 아들을 힘껏 껴안는 연기로 깊은 울림을 전했던 그 배우다. ‘포스트맨(1997)’, ‘엔트랩먼트(1999)’, ‘리멤버 타이탄(2000)’ 같은 많은 작품에서 무한한 화폭을 보여줬다. 매번 자연스럽게 배역에 스며들어 새로운 얼굴을 창조해냈다.

‘미나리’에서 그린 폴은 제이콥(스티븐 연)·모니카(한예리) 부부에게 버팀목과 같다. 그는 모니카의 부탁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순자(윤여정) 앞에서 퇴마 의식을 거행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제이콥도 결국 폴이 권하는 수맥 점치기로 농사에 쓸 물을 찾는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 자란다는 미나리는 결국 근근이 살아가는 미국 서민들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런 가족에게 폴은 버릇처럼 말한다. "다 잘 될 거야."


영화 '아마겟돈' 스틸 컷

영화 '아마겟돈'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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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예사롭지 않다.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많이 공들였을 것 같다.

"1980년대 미국 변방에 비슷한 사람들이 적잖게 있었다. 리 아이작 정 감독도 가족들이 알고 지낸 사람을 모티브로 했다더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기에 내가 아는 건실하고 상냥한 시골 사람 두 명의 특징을 더해 배역을 만들어나갔다."


-폴은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지만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근간이었던 프로테스탄트 직업윤리의 현주소를 보는 듯했다.

"당시 미국 하층민이 어떤 생각으로 살았으며,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하기는 곤란하다. 세상에는 역사책에 실리지 않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많은 변화를 경험하며 내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삶을 살아간다. 폴은 도덕적 자기증명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볼 여지가 있다. 사실 그런 점을 많이 고려하진 않았다. 오히려 해결해야 할 과거의 사건이 있다고 설정했다. 그래서 겸손하고 진실한 자세를 표현하는 데 많이 신경 썼다. 언젠가 폴에 대한 내 해석을 공유할 날이 있을 것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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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이 연출 과정에서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고 하던데….

"정 감독은 대화에서 뭔가 숨기는 법이 없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장면을 함께 연구한다. 물론 내가 즉흥 연기로 만들어낸 장면도 있다. 찰나의 판단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정 감독과 의견 교류부터 했다. 그동안 함께 일해온 시간도 뿌리가 됐을 테고."


-정 감독과는 ‘아비가일(2012)’로 처음 인연을 맺었던데….

"배우 아만다 플러머를 통해 소개받았다. 서로 취향과 생각이 비슷해 첫 만남부터 잘 통했다. 정 감독은 흔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다. 누구보다 친절하고 관대하지만 영화 제작에 돌입하면 엄격해진다. 때때로 타협하지도 않는다.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면서 섬세하게 작업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할리우드에서는 두 가지 면을 동시에 지닌 감독이 생각보다 드물다."


-‘미나리’로 8년 만에 재회했는데….

"‘아비가일’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시나리오를 보내줬다. 아름다운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떤 배우라도 이 글을 읽는다면 선뜻 참여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폴이라는 배역이 쉽지 않게 다가왔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영화 '미나리'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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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에는 당신의 전작 ‘웬디와 루시(2008)’,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 등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가족의 유무 등은 다르지만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에 고독·절망·불안이 뒤섞여 있다.

"두 공통점이 더 있다. 켈리 리처드와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정 감독만큼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문학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작문 기술이 빼어나고."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나.

"제이콥과 모니카가 주차장에서 다투며 파국 위기에 봉착하는 장면이다. 두 배우의 눈빛에서 열망과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영혼과 감정이 불타는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확인하길 바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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