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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놀리느니 채굴이나…" 비트코인 캐는 PC방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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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최초로 5만달러를 돌파한 17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최초로 5만달러를 돌파한 17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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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채린이(채굴 판에 막 입장한 어린이) 인사드립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난데 없는 '채굴' 열풍이 불고 있다. 채굴은 실제 광물을 캐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특정 연산 프로그램을 24시간 돌려 가상 화폐를 버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로 고난도 암호 문제를 풀면 가상 화폐를 벌 수 있는데, 이 과정이 광산에서 금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가상자산(암호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인 5만 6,000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총은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었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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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이달 초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를 사들인 이후 줄곧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사 제품의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말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더리움, 이오스 등 주요 알트코인도 나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덩달아 채굴 열풍도 고조됐다. 가상화폐 채굴 관련 기업들은 연일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이자 나스닥 상장사인 라이엇 블록체인 주가는 이달 들어 210.4% 폭등했다. 북미 최대 가상화폐 채굴기업인 마라톤 페이턴트도 같은 기간 97.6% 뛰었다.


개인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채린이'를 자처하며 채굴에 필요한 정보를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불황 등의 여파로 최근  PC방 업주 커뮤니티에는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코로나19 불황 등의 여파로 최근 PC방 업주 커뮤니티에는 가상화폐 채굴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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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로 영업난을 겪는 PC방 업주들이 가세했다. 컴퓨터를 놀리느니 채굴을 하자는 것이다. 전기세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PC방에는 적용되는 전기요금이 따로 있기 때문에 가정용보다는 전기세 부담이 덜하다. 채굴 시 발생하는 PC 발열이 오히려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아끼는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실제로 각종 피시방 업주 커뮤니티에는 채굴장 전환을 문의하는 글을 속속 발견할 수 있었다.

급기야 가상화폐 채굴에 핵심적인 그래픽카드는 품귀 현상을 빚는 '귀하신 몸'이 됐다. 암호화폐 채굴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엔비디아 RTX 30시리즈는 출시 원가 대비 105~145%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엄청난 인기에 그래픽 카드 제조사 엔비디아는 오는 3월 암호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는 동시에 일반 그래픽 카드로 채굴 시 성능을 저하시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비트코인. /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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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트코인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채굴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과거 중국의 정책에 급등과 폭락을 반복했던 암호화폐의 가격이 이후에는 다소 안정세를 찾지 않겠냐는 기대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업체들이 채굴 시장에 속속 발을 들이면서 채굴 열기가 고조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은 지난 2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청바지 공장과 조지아주에 있는 카펫 공장까지 채굴장으로 탈바꿈시켰다. 그간 채굴 업계에서 중국의 아성에 가로막혀 힘을 쓰지 못했던 미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여태까지 채굴 시장을 이끌어온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값싼 전력 이용료를 무기로 비트코인 채굴에서 전 세계적 우위를 점해왔으나, 지난 2017년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금융 규제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미래와 채굴 열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금융 당국이 비판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많은 가상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31일 민간 가상화폐 유통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너도나도 채굴 열풍에 동참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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