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게임시장이 지식재산권(I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텐센트는 공격적 인수합병(M&A) 행보를 통해 게임 IP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P를 새롭게 개발하는 대신, 압도적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기 IP를 보유한 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와 리니지2를 모바일로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넥슨은 ‘바람의 나라: 연’ 등 기존 IP를 활용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구글은 막대한 개발 비용과 개발 기간 등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구글 게임스튜디오를 2년 만에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구글이 자체 제작 게임 스튜디오를 폐쇄했다는 것은 게임시장에서의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규 IP 개발보다 콘텐츠 수급을 위한 외부 개발업체들과의 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러한 녹록지 않은 게임시장 경쟁 환경에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유지돼 게임산업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미 자율 규제가 정착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에 대해서 법적 규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안되는 등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정부 규제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사실 정부 규제가 그 정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즉 민간 경제영역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지도가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가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치밀한 과학적 분석을 전제로 이뤄지는지는 극히 의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정부 규제에 대해 계속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치밀하고도 과학적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되고 있다는 의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게임산업 환경에서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과거의 전통적 명령통제식 정부 규제는 고유한 대의명분이나 목적에 부합하기보다는 오히려 민간 경제영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 규제의 명분이나 방법 등에 있어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며, 나아가 정부 규제의 패러다임 그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치열한 게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등장한 비대면(언택트) 시대에서 지금까지와 또 다른 한 단계 비약적 발전이 예상되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게임산업이다. 그리고 오늘날 게임산업에서의 경쟁은 단일 국가시장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경쟁영역이 글로벌 무대로 확대된 지 이미 오래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한 단계 비약적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자체로서 경쟁력을 갖고 글로벌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게임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섣부르고 어설픈 정부 규제는 악영향을 미쳐 게임산업의 도약적 발전을 방해하거나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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