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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야?…‘공공기관 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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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검찰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유래 거슬러 올라가면 IMF 사태 있어
공공기관 지정되면 까다로운 규제 받아야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럼에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야?…‘공공기관 지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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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계의 검찰로 불립니다. 은행·보험·증권사·카드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와 감독, 금융수요자 보호 같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죠. 금감원은 이를 통해 건전한 신용 질서 확립과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확립을 목표로 합니다.

금감원, 공적 임무 수행하는 민간 조직?

그런데 금감원은 공적 임무를 수행함에도 공공기관이 아닙니다. 공공기관에는 공기업·준정부기업·기타공공기관이 있지만 이중 어디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죠. 이에 금감원의 지위를 두고 최근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대체 금감원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이 논란을 일으켰을까요?


금감원은 1999년 1월2일에 탄생한 ‘무자본 특수법인’입니다. 말 그대로 자본금이 없는 특수한 형태이긴 하나 기업이나 재단처럼 엄연히 ‘법인’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영리 행위를 추구하지 않고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게 다르죠. 조직을 운영하는 예산은 금융회사들이 낸 감독분담금 등으로 조달합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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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감원의 상위기관은 정부 부처 중 하나인 금융위원회입니다. 금융위는 국무총리실에 소속된 행정기관으로 내부 종사자 역시 모두 공무원입니다. 일반 기업처럼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경력직원도 모집하는 금감원과 대조적이죠. 종합하면 금감원은 정부 기관인 금융위를 상위기관으로 두고, 금융 감독이란 공적 업무를 수행하지만,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 조직입니다.


금감원이 다소 애매하고 복잡한 지위를 가지게 된 경위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을 혁신하라고 요구했는데, 그중 하나가 금감원의 설치였습니다. 이에 1997년 12월 ‘금융감독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고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을 하나로 합친 금감원이 탄생합니다.


이때 IMF는 금감원을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금감원이 정부의 공공기관이나 부처가 되면 민간금융회사가 정치세력에 휘둘리는 관치금융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죠. 당시 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금융 감독 기능을 민간기구에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고 해외 선례도 없다는 반발이 나왔지만 IMF의 주장이 관철됩니다.

이러한 형태 때문에 각종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조직 내부 문제나 관리·감독 소홀이 발생하니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으라는 거죠.


공공기관되면 엄격한 정부 규제 놓여
2019년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현민 기자]

2019년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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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조직·인사·예산 면에서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지금은 금융위와 협의해 예산과 인력을 정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이 되면 법률에 따라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감사원이 방만한 조직 경영을 지적해온 만큼 예산과 인력을 개편해야 할 수도 있죠. 예금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처럼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엄격한 관리도 받아야 합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된 적도 있습니다. 2007년 ‘기타 공공기관’이 됐다가 2009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립성을 이유로 지정이 해제됐었죠. 2011년 저축은행 영업 정지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때도 금감원 책임론이 일면서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2017년에는 금감원이 채용 비리와 임직원 주식매매로 몰매를 맞자, 국정감사에 나온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감원을 공공기관에 지정하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죠.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 감독 부실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지난해 10월2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참여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 감독 부실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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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올해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수조원의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옵티머스 판매를 금감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면서죠. 거기다 금감원 직원이 라임사태의 주범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품을 받고 정보를 빼돌렸다거나, 옵티머스로부터 뇌물을 받고 금융권 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일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결론적으로 금감원은 올해에도 공공기관에 지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 6조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을 확정해 발표하는데, 지난달 29일 발표한 공공기관 리스트에 금감원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가 기재부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데다, 금감원의 독립성이 저해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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