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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모라토리엄' 넘어…24년 만에 '완전한 폐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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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사형제 존폐 논의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관계자 등이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조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관계자 등이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며 조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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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위헌 여부를 연내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형제 존폐를 두고 다시 한 번 사회적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최초로 국제사회의 '사형제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한 데 이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재에 '사형제 폐지'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종교계와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는 사형제 집행 유예를 넘어 법적·제도적으로 '완전한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 양천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아동을 상대로 한 잔혹한 범죄가 이어지면서 엄벌 요구도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인이 사건’과 ‘당진 자매 살인사건’ 가해자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각각 5만여명, 2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그동안 대표적 사회적 난제로 꼽혔던 사형제 존폐 논란이 올해는 결론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시 헌재로 간 사형제…'폐지론' 힘 싣는 시민사회

2019년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제와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가 사형제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가장 최근의 결정조차 11년 전인 2010년으로, 당시 헌재는 사형제 위헌제청신청을 5대 4로 기각(합헌 결정)한 바 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은 그간 시대가 달라졌고,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이 확산된 만큼 올해를 사형제 완전 폐지의 적기로 보고 있다. 앞서 국제엠네스티와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 유럽연합(EU) 등에서 한국의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잇달아 헌재에 제출하는 등 국제사회의 지지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했다.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임을 세계에 선포한 것이다.


사형제 폐지에는 인권위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달 3일 인권위는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고,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라며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국가는 이를 보호·보장할 의무만 있을 뿐 이를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벌의 목적 중 하나인 교화의 측면에서 볼 때 사형은 교육순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이라며 "사형을 대체해 형벌제도가 꾀하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대체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성여·최인철·장동익, 이들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윤성여(54)씨,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21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던 최인철(60)·장동익(63)씨는 30년만에 재심을 통해 죄가 없음을 인정받았다. 이들 모두 경찰 등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인해 거짓 자백한 사실이 인정됐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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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사건 당시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이 사형을 선고받아 집행됐다면 어땠을까. 평생 억울함을 풀지도 못하고,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것이다. 장동익씨는 "저와 같은 사람이 더 있어선 안 된다. 100명 진범 놓쳐도 1명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강조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가장 큰 근거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사형이 집행되면 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는 사형집행 중단 23년을 맞은 지난해 12월30일 성명을 내고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반드시 검거돼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면서도 "우리가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것은 참혹한 범죄에 대해 국가가 참혹한 형벌로 복수하듯 생명을 빼앗는 똑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세심하게 찾아내 우리 사회가 가진 많은 모순을 해결하면서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험난한 사형제 폐지의 길…국민 법감정 넘어서야

사형제 폐지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국민 법 감정은 줄곧 사형제 존치에 무게를 뒀다. 2019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형집행 찬성이 51.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형집행은 안 하되, 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37.9%였다.


특히 사회적으로 잔혹한 범죄가 발생하면 사형제 집행 요구가 크게 늘어난다. 최근 ‘정인이 사건’과 ‘당진 자매 살인사건’ 가해자를 사형에 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각각 5만여명, 26만여명이 동참했다. 국민적 분노가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의 사형 집행은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23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형 선고를 받고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현재 60명이다.


가장 최근 사형 확정판결이 난 것도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발생한 ‘제22보병사단 총기난사 사건’에서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임도빈 병장에 대해 2016년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이후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의 범인 안인득(44)이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이뤄지면서 사형수 수는 그대로 유지 중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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