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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담에 참고 산다… 줄어든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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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통계로 본 코로나②] 경제 악화에 이혼도 줄어

경제부담에 참고 산다… 줄어든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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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김대현 기자] 결혼 4년차인 박혜선(36·가명)씨는 지난해 이혼을 생각했다. 남편이 육아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갑자기 욕을 하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졌다. 결혼 후 가사와 양육에 무심했던 남편이었다.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에 이혼을 고심하게 됐다. 상담소도 찾았지만 이내 고민을 접었다. 박씨는 맞벌이를 하다가 자녀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둔 뒤 4살 아들의 육아에만 전념해왔다.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도 찾기 어려운 시기에 홀로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가정불화는 늘었지만 이혼 접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 접수는 4만5228건으로 전년 4만7574건으로 2346건 줄었다. 실제 이혼건수(통계청 자료)도 지난해 11월까지 9만7331건으로 전년 동기(10만1662건) 대비 4.4% 줄었다. 코비디보스(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이혼이 급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코로나 이혼이 우리나라에서 잠잠한 이유는 ▲결혼건수 감소 ▲코로나로 인한 법원의 잦은 휴정 ▲이혼비용에 대한 부담감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이혼비용, 즉 경제적인 사유에 주목한다. 재경법원의 한 판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남아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취업 기회나 소득 수준이 낮아지면서 이혼을 결정하는데 주저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전쟁이나 경제 불황이 찾아오면 혼자 자립해 사는 부담이 커져 이혼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기관에 접수되는 이혼 관련 상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집계한 월별 상담통계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이혼 관련 상담건수 매달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도 전체 상담건수 5250건 가운데 31.7%가 이혼 관련이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부부가 집에서 부딪치는 시간이 늘어 다툼이 늘어난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절반(46.5%) 가량은 코로나19 이후 자녀 돌봄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빚었다고 답했다. 가족 간 갈등 이유로는 ‘집에만 있다 보니 부딪히고 싸움이 빈번해져서’(29.6%)와 ‘외출부족으로 자녀가 힘들어함’(30.0%)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불화를 안고 살면서 이혼이 줄어든 현상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사 분담, 육아, 교육 문제로 인한 다툼이 늘어남에 따라 잠재적인 사회갈등이 보다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부모) 개인의 책임이나 윤리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저소득 계층 등 취약 가정에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가정은 아이들부터 가장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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