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물원, 휴장하고 동물 방치·학대
경찰 수사 의뢰·법령 위반 사항 행정처분도
보유 동물 시설 이전 및 격리·보호 예정
[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최근 대구시 한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방치·학대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인 가운데, 대구시는 해당 동물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현장 조사,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고 사육시설 등 환경 개선 및 보유 동물들은 다른 시설로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지난해 11월에 휴장한 대구 달성군 소재의 한 동물원이 동물들에게 식수와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고드름이 생길 정도로 추운 사육장에 방치하거나 심지어 목을 매 죽이는 등 동물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비구협은 "(동물들은) 배설물로 뒤범벅된 사육 공간에서 지옥과 같은 나날을 1년 넘게 보냈다. 높은 산 중턱에 있는 동물원에는 전기와 수도마저 끊겼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구시 측은 지난 2~3일 해당 동물원을 현장점검하고 염소 사체 등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사항에 대해 5일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전시시설 및 휴원 신고 시 제출한 보유생물 관리계획 미이행 등 법령위반 사항은 추가 조사 후 조치명령 및 과태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지난 6일에는 시민구조봉사단 등이 동물원 환경정비, 먹이 후원 알선을 지원했으며 먹이 공급·청소 등 환경 상태를 매일 점검하는 등 시설 이전 전까지 남은 동물들의 환경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행정적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구협 측은 제보를 받은 이후, 지난달부터 약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구조 계획을 위해 동물원에 방문해 인력을 투입하고 동물들에게 충분한 사료와 식수 등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또한 유영재 비구협 대표이사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피학대 동물에 대한 격리 조치를 통해 보호할 예정"이라며 동물들을 인수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오는 5월31일까지 휴원하는 해당 동물원은 전체 보유동물 대부분을 지난해 다른 시설로 이전 조치했지만, 현재 낙타와 원숭이·라쿤·염소 등 5종 13개체는 여전히 동물원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물 중 염소와 양 등은 다가오는 설을 전후로 환경이 더 좋은 다른 시설로 이전해 관리하고, 즉각 이전이 어려운 동물인 낙타와 일본원숭이는 관계 기관 및 동물원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다른 시설로 이전 조치할 방침이다.
앞서 동물원 인근에 거주하는 제보자는 휴장 이전인 지난해 3월부터 해당 동물원에 관리자가 없다고 판단, 방치된 동물들을 10개월 이상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비구협은 이들 제보자가 수개월 동안 산 중턱에 있는 동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식수를 나르고 사료와 과일 상자 등을 옮기며 방치된 동물들을 돌봐왔다고 밝혔다.
한편 동물원 측은 학대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직원들이 동물들을 관리하고 보살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관리를 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는 관리자들로 동물들이 죽어간다. 동물원을 조사하고 동물들을 도와달라"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8일 오전 8시 기준 4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