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사랑제일교회, 선교단체 인터콥에 이어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에서까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말았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3차 유행이 최근 IM선교회발 집단감염에 이어 병원·직장·게임장·체육시설 등 우리의 일상 곳곳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 기준을 설 연휴가 끝날 때까지 2주간 그대로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 단일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의 말마따나 최근 대형 교회에서는 교회 내 확진 사례가 없었다. 그러나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몇몇 교회들이 지탄받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본을 보여야 하는 교회가 그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교계 여론조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교회에 대해 ‘매우·약간 신뢰한다’는 응답이 21%였다. 반면 ‘별로·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은 76%로 큰 격차를 보였다. 개신교인 중 신뢰한다는 비율은 70%였으나 비개신교인은 9%로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지난달 21일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확진자 감염원에 대한 자료를 보면 교회발 확진자 비율은 11%다. 그러나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조사대상자에게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교회발 감염 비율이 몇 %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전체 감염자의 44% 정도라는 답변이 나왔다. 국민이 교회발 감염을 과장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교회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개신교계는 천주교계나 불교계와 달리 단일 지침 아래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더욱이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등 일부 종교인이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일부 교회가 대면 모임까지 강행하고 나섰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0조를 내세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와 형평성 대원칙’이라는 사익이 ‘코로나19 대확산 우려’라는 공익적 이유보다 앞선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달 18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이 낸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 신생태계 조성 및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 목회자(목사·부목사) 600명 중 55.4%가 코로나19 종식 후 ‘교인 수가 감소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감소 비율로는 20~30%를 예상하는 경우가 37.0%로 가장 높았다.
지금 같은 중대 고비에 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한다면, 이웃이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지금 교회가 이웃 사랑과 생명 존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신앙의 본질과 집단적 자기중심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다. 이웃의 안전은 외면한 채 자기 신앙 양태만 고집하는 교회라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공동체가 아니다. 교회가 먼저 생명 사랑의 본을 보여야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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