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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매달려 죽고 1년 동안 방치" 지옥 같은 동물원의 잔혹한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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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물원, 휴장하고 동물 방치·학대
사료·식수 없는 배설물 범벅 사육장
동물복지단체 "구조 작업중… 격리 조치 후 보호 예정"

절규하는 원숭이와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는 염소의 모습.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인스타그램 캡쳐

절규하는 원숭이와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는 염소의 모습.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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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최근 대구시의 한 동물원이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동물원 문을 닫고 동물들을 그대로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동물원은 사육장 청소 등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료와 물 공급도 하지 않았으며, 동물들의 목을 매달아 죽이기도 하는 등의 학대 정황도 포착돼 누리꾼들의 비판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동물들의 사진을 올리며 "대구시의 한 동물원에서 코로나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남은 동물들을 전혀 돌보지 않고 심지어 사육 중이던 동물들의 목을 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다는 제보를 받고 오늘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조하기 위해 대구 현장에 와 있다"라고 밝혔다.

비구협은 "이 동물원은 휴장 이후 동물들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고, (동물들은) 배설물로 뒤범벅된 사육 공간에서 지옥과 같은 나날을 1년 넘게 보냈다. 이들을 제대로 사육하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지자 결국 목을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 높은 산 중턱에 있는 동물원에는 전기와 수도마저 끊겼다"라고 참혹한 현장을 설명했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의 해당 동물원은 지난해 11월 휴장했다. 하지만 비구협에 상황을 제보한 제보자이자 동물원 인근에 거주하는 한 가족은 휴장 이전인 지난해 3월부터 관리자가 없다고 판단, 방치된 동물들을 10개월 이상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휴장 이후 일부 동물들은 인근 동물원으로 옮겨졌으나 낙타와 원숭이, 라쿤, 양, 염소 등 다수의 동물들은 기존 시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구협 측은 이들 제보자 가족이 수개월 동안 산 중턱에 있는 동물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식수를 나르고 사료와 과일 상자 등을 옮기며 방치된 동물들을 돌봐왔다고 밝혔다.

땅에 흐르는 물을 핥아먹는 원숭이와 고드름투성이의 사육장에서 제보자가 건넨 당근을 손에 쥐고 있는 또 다른 원숭이의 모습. 사진=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캡쳐

땅에 흐르는 물을 핥아먹는 원숭이와 고드름투성이의 사육장에서 제보자가 건넨 당근을 손에 쥐고 있는 또 다른 원숭이의 모습. 사진=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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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가족은 앞서 블로그를 통해 동물원의 처참한 상황을 전해왔다. 블로그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동물 사육장은 위생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동물들은 배설물에 뒤덮인 채 더러운 사육공간에 끔찍한 모습으로 방치됐다. 고드름으로 둘러싸인 원숭이 사육장에는 깨진 고드름이 쌓여있는 모습이었고, 산양과 오리의 사육공간 바닥에는 배설물이 쌓여 바닥처럼 다져진 상태였다.


제보자는 "(동물들은) 똥이 가득한 곳에 박혀 있다. 물통은 바싹 말라 있었고 낙타는 목이 말라 입에 거품이 잔뜩 꼈다"면서 "동물들이 있는 방마다 자물쇠가 잠겨있어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구멍으로 물을 주면 동물들은 바로 입을 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보자는 "언제 먹을지 모르는 물이다 보니 서열에 따라 물 전쟁이 치열하다. 서열이 낮아 물을 먹지 못한 원숭이는 물통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땅에 떨어진 물이라도 먹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핥아먹는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비구협은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와 양, 염소 등이 주민들에게 민원을 일으켰고 이들을 관리하기가 어려워진 동물원 측이 동물의 목을 매달아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신속히 동물들을 구조해줄 것을 촉구했고, 무책임하게 동물들을 방치·학대한 동물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배설물에 뒤덮여있던 기존 사육장과 청소 이후 사육장의 모습. 사진=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캡쳐

배설물에 뒤덮여있던 기존 사육장과 청소 이후 사육장의 모습. 사진=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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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동물들이 죽어간다. 관계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아무 잘못 없는 동물들을 도와달라"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그동안 방치됐던 동물들은 현재 비구협 측에 의해 구조활동이 진행 중이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이사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동물보호법에 따라 피학대 동물에 대한 격리 조치를 통해 보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대표이사는 "원숭이 4마리의 경우는 야생생물과 동물원 관리법에 따라 멸종위기 동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환경청에 사육시설 등록을 해야 하는데 무등록 동물로 확인이 된다"라며 "또 기타 무등록 동물들도 존재하는데 동물원 측의 이러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동물원 폐업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여서 고발 조치 한 후 동물들을 인수해 데리고 올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물원 측은 학대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직원들이 동물들을 관리하고 보살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유 대표이사는 "지난달부터 구조 계획을 위해 동물원에 방문해서 인력을 투입하고 동물들에게 먹거리를 줬다. 한 번 갈 때마다 4시간 이상씩 머무는데 관리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털 상태가 좋지 않고 염증이 있거나 영양부족인 동물들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3일 대구시청 측은 수의사 등을 통해 동물들의 건강검진을 시행했고 그 결과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대표이사는 "제보자가 그동안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고 비구협도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충분한 사료와 채소를 공급했다"라며 "그래서 그나마 건강 상태가 회복된 상태인데 그 결과만으로 동물 학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동물원의 사진만 봐도 상황이 어땠는지는 누구나 객관적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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