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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사진책방 고래(古來) - 함께 본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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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
지하 1층에 자리한 사진전문 서점
사진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사진집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디지털 화면에선 느낄 수 없는
작가의 감정 엿볼 수 있어

독립출판사 '古來寫眞館' 설립
어려움 겪는 독립 작가들에게
출판길 열어주는 것 목표

'사진책방 고래' 내부 모습. 선반을 가득 채운 사진 서적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사진책방 고래' 내부 모습. 선반을 가득 채운 사진 서적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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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지만, 사진 속엔 우리가 보지 못한 무엇인가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흔히 우리가 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찍어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어떤 각도로 찍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된다. 사진은 우리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공간과 사물을 달리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듯,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수없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이런 것을 깨닫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책방 고래’는 이처럼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포착한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둔 곳이다.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3번 출구를 나와 대로변을 따라 15분쯤 걷다 보면, 오른편에 위치한 사진 위주 갤러리 ‘류가헌’에 닿게 된다. 이곳 지하1층에 사진책방이 있다. 최근 도심 곳곳에 작은 독립 서점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사진 책만을 다룬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고래는 국내외 사진가들이 작업한 사진집에서부터 사진·이미지 관련된 각종 이론서를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사진 전문 서점이다. 책방 벽면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진집들이 빼곡하다. 자연, 사람, 공간 등 사진집의 주제는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일상을 이루는 대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 있는 점은 공통적이다. 다양한 색깔의 사진집으로 둘러싸인 지하 1층의 아늑한 이 공간에 있다 보면, 마치 아무도 모르는 보물 창고에 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017년부터 사진책방 고래를 운영하고 있다는 차윤주 대표는 사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사진에 접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곳을 차렸다. 사람들과 사진에 관해 이야기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는 그다. "아마추어로 사진을 찍을 때 사진집이 많이 도움됐다.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많이 찍고, 좋은 사진을 많이 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데 막상 사진집을 찾으려고 해보면 구하기도 쉽지 않고, 또 가격이 비쌌다. 사진집을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사진책방 고래' 외부 전경.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사진책방 고래' 외부 전경.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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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이름은 차 대표가 사진에 대해 생각하는 깊은 의미가 깃들어 있다. 고래라고 하면 흔히 바다 포유류를 떠올리게 되지만, 책방 이름의 고래는 한자 ‘옛 고(古)’ 자와 ‘올 래(來)’ 자를 써서 ‘과거로부터 온 이미지를 함께 본다’는 의미를 담는다. 차 대표는 "사진에 대한 생각을 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고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이 생각되기 때문에 친근한 느낌도 든다. 하나의 단어에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이토록 사진에 빠진 까닭은 무엇일까. 차 대표는 사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그는 "찍은 사람의 성격대로 사진이 찍힐 것 같은데, 모아놓고 보면 전혀 다른 게 있기도 하고, 어떨 땐 하나도 숨김없이 나와 닮은 면이 있기도 하다. 자신이 몰랐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사진을 계속 찍게 되는 것 같고, 이것이 사진의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누구나 휴대폰으로 어떤 이미지든 쉽게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는데도 굳이 책으로 된 사진집을 찾아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차 대표는 사진집을 통해 창작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면으로만 사진을 보면 아쉬운 점이 생긴다. 영화를 볼 때 휴대폰이나 노트북으로 볼 수 있음에도 굳이 극장을 찾는 것과 같다. 사진의 배열, 구성, 종이의 질감 등 사진집 하나하나에는 만든 사람의 고민과 노고가 들어가 있다.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는 흐름을 사진집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진책방 고래의 벽에 붙어있는 흑백 사진 포스터와 소책자들.  사진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사진책방 고래의 벽에 붙어있는 흑백 사진 포스터와 소책자들. 사진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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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방 고래는 ‘사진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곳은 고래라는 이름 말고도 ‘덴고의 커피’라는 이름의 카페이기도 하다. 서점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사진 이론서를 함께 읽으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차 대표는 사진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그는 "사진을 공부할 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이론 책 읽기 프로그램은 일방적으로 누구를 가르친다기보단 각자 책을 읽고 와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책방의 역할은 책을 함께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사진집을 공수해오는 일은 쉽지 않을 터. 차 대표는 "출판사에 연락해 책을 구하기도 하고, 작가를 통해 직접 들여오기도 한다. 외국에 있는 책도 수소문해서 구입한다. 대량으로 주문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음알음 연락해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차 대표는 ‘함께 사진을 본다는 것’의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이곳의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방은 사실 수익 사업이 되기 어렵다. 특히 독립 서점 중에서도 사진 서점은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곳을 운영하는 이유는 사진과 사람에 대한 흥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책 모임을 많이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 비대면으로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30일 동안 매일 사진을 찍어 인증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사진을 함께 보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삶에서 소중하고 보람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고래사진관’(古來寫眞館)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설립한 차 대표는 앞으로 사진작가들의 사진집을 내려고 한다. 우선은 어려움을 겪는 독립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출판사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그는 "사진집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작가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경험들을 쌓고 공유하는데 도움을 줘 시행착오를 줄이고 서로 돕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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