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온실가스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을 내세운 전기자동차가 세간의 화제다. 전기차의 선두 주자인 미국 기업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전세계 자동차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총합과 맞먹을 정도다. 작년 테슬라가 판매한 전기차는 50만대에 불과하고 창업 후 적자를 지속하다가 지난해야 첫 이익을 낸 회사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전기차는 주행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를 충전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보면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된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이용한 화력발전이 전력생산의 66%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5%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을 감안했을 때 전기차를 무턱대고 친환경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국자동차공학회도 전기차의 생산·운행·폐기 등 전체 생애를 기준으로 볼 때 내연기관차의 70%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배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도 내연기관과 같이 브레이크 패드나 타이어 마모에 따라 미세먼지를 배출하는데 대기 중 미세먼지 중 90%가량이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친환경 자동차라는 측면에서 수소차도 관심의 대상이다. 수소차는 운행 중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수소차는 연료전지가 만들어내는 전기를 이용하므로 수소전기차가 정확한 표현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물과 약간의 열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연료전지는 약 46% 에너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수소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생산된다. 수소 연료의 두 종류인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것이고 개질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개질수소의 경우 수소 1톤을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약 10톤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생수소와 개질수소 모두 이산화탄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 데 묶어 회색수소로 불린다. 친환경인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가능한데 대량의 전기가 필요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전기차가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 방식이다.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면 친환경적이고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별 차이가 없다. 전기차를 대량 보급하려면 적어도 우리나라 전력생산방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최근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 계획을 세우고 핵심 방안으로 태양광 발전 확대 방안을 내세웠다. 현재 28.1%인 석탄발전 비중을 2034년까지 15%로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40%로 늘린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사업체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태양광의 경제성이 너무 낮다. 국내 태양광 발전 사업자 수는 2017년 2만1200개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6만개로 3년간 약 3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태양광 발전 전력의 현물 가격은 2년 동안 55%나 내렸다. 시설 투자비 회수에만 14년이 걸린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 6만곳이 생산한 전력은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4호기 하나와 비슷한 수준인데, 건설비는 5배 차이가 난다. 전기차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전력생산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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