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공급이 달리자 권역 밖 수출 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비회원국으로 수출 시 사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에서는 ‘백신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옌스 스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벨기에는 제약사들이 비회원국으로 백신을 수출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벨기에에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의 생산 시설이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EU 차원에서도 현재 권역 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유럽 이외 국가로 수출할 때 반드시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투명성 제도'를 논의 중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EU 회원국은 역내에서 생산된 백신의 수출 현황을 공유할 수 있다. 스판 장관은 "유럽 우선주의가 아니라 공정한 배분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다국적 협력의 모범 사례"라며 "개인 보호장비, 의약품, 백신 등이 수출 제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사전에 통보하도록 강제하는 대신 제약사들이 수출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럽에선 지난 22일 아스트라제네카가 1분기 유럽 공급 물량을 당초 계약 규모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한 이후 권역 밖 수출 제한 조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화이자가 생산시설 확충 공사 등으로 공급 지연을 예고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까지 물량을 줄이겠다고 하자 유럽은 백신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와의 통화에서 "백신 공급 일정이 늦어질 이유가 없다"며 "공급 지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융통성을 발휘해 해결책을 찾아달라" 압박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일부 국가는 백신 제조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이날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은 곳은 미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에 이어 영국이 5번째로, 유럽 국가 중 처음이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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