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지난해 2분기부터 전 세계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실증 실험이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지역은 중국 광둥성의 핵심 도시라 할 수 있는 선전과 상하이로, 시장에선 두 곳의 실험이 지난해와 다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선전은 총 2000만위안(약 34억원)어치의 디지털 위안화를 훙바오(세뱃돈) 명목으로 시민 10만명(1인당 3만4000원)에게 뿌렸다고 한다. 방법은 선전시에서 1월1일부터 신청을 받아 추첨 뽑기로 ‘훙바오 시민’을 선정, 이들이 1월7일까지 약 1만개 점포를 대상으로 디지털 세뱃돈을 쓸 수 있도록 한 것. 규모도 규모지만(쑤저우의 2배), 쑤저우 때 온라인상에서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주였던 것과 달리 선전에선 온라인을 배제한 점포에서의 사용만을 허용한 점이 특징이다.
또 상하이 장링취의 상하이 교통대학 부속병원에선 카드 방식의 디지털 위안화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IC칩을 탑재한 전용 카드방식. 놀랍게도 카드 우상귀의 작은 화면에 소비한 금액, 잔액, 지불 횟수가 표시된다고 한다. 온라인,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던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 셈이다.
시장에선 선전, 상하이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통해 중국 정부가 다양한 실험 결과와 데이터 축적 외에 다음 두 가지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첫째,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온라인보단 점포 가기’를 선호하거나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에 대한 포용금융효과다. 중국의 고령인구(60세 이상) 비중이 18%, 농촌인구 비중 약 46%라고 보면, 포용금융인구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의 2~3배에 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역, 모든 국민이 쓸 수 있는 디지털 위안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로선 온라인과 스마트폰에만 집착할 수 없는 이유다. 둘째,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의 디지털화를 촉진함과 동시에 이들의 영업 및 수익 활동에 대한 보호 효과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최근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하면서, 은행 특히 지방은행들의 부실대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따라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공룡들의 금융시장 잠식이 더 확대되면 곤란하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카드, 온라인과 점포 등 모든 수단에 대해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중국 외 지역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확장함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1차 실험대상 지역은 아시아 최대 단일경제권이라 할 수 있는 다완취(홍콩, 마카오와 광둥성 9개 도시). 조만간 다완취 지역에서의 실험이 시작되면, 이는 위안화와 홍콩달러라는 이종 통화가 유통하는 지역에서의 최초 디지털 위안화 실험임과 동시에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에 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지털 위안화의 본격적인 국제화 과정에서 외국인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계좌를 터야 하는 부담, 경우에 따라선 개인정보보호 이슈도 제기될 수 있는 점과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가 미국 등 선진국엔 금융시스템과 금융정책 교란, 자금세탁 우려를 키울 것이란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미 통화감독청(OCC)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리브라의 발행 가능성이 재차 대두되면서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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