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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내가 정말 바라는 삶은 무엇일까

최종수정 2021.01.21 12:09 기사입력 2021.01.21 12:09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 떨어진 뒤 벌어지는 이야기
고유한 삶 살지 못하는 현대인 자아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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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은 삶의 의미를 고찰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는 조(제이미 폭스 목소리)는 정규직을 제안받고 고민에 빠진다. 오랫동안 재즈 연주가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마침 유명 재즈 밴드의 일원이 될 기회가 찾아오자 그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거리를 춤추듯 활보하다 맨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조는 ‘머나먼 저 세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서 있다. 죽은 인간이 영혼이 돼 돌아가는 길목이다. 그는 재즈 무대를 포기할 수 없어 뒤돌아 도망치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꼬마 영혼들이 다양한 활동으로 관심사를 찾아내고 성격도 만들어내는 세계다. 그는 영혼들이 ‘지구 통행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하는 멘토로 활동하며 호시탐탐 지구에 돌아갈 기회를 엿본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1946)’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삶의 이유에 대해 묻는다. ‘태어나기 전 세상’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더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자격까지 논한다. 난해한 주제지만 설명하는 방식은 쉽고 간결하다. 반복되는 일상을 바쁘게 사는 현대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발자취를 들여다보는 거울을 배치해 이리저리 갈라졌던 정체성을 추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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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처럼 지상 목표를 정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어떤 일은 의지나 노력과 무관하게 일어난다. 정작 애타게 바라는 것은 영영 비켜가기도 한다. 오히려 피하고자 하는 일들이 벌어지며, 때로는 불운에 의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삶은 그만큼 불확실하게 전개된다.


확실한 기회가 잡혔다고 확신한 순간 조는 유명을 달리한다. 사실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춰 사는 존재다. 보통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다수가 사회적으로 승인된 사고와 생활 방식에 따라 살고 있을 뿐이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는 이런 삶의 방식을 비본래적인 실존이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않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산다는 뜻이다. 이때 주체는 나 자신이 아니라 익명의 누군가가 된다. 세상 사람들이 즐기는대로 즐거워하고, 누군가가 보고 판단하는대로 보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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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저서 '죽음에 관한 철학적 고찰'에서 "비본래적인 삶에서 다른 인간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는 보통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 적합한지 그렇지 않은지 도구적으로 파악된다"며 "일상적인 삶에서 존재자들은 우선 도구로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구로 가기를 거부하는 영혼 ‘22(티나 페이 목소리)’는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간파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마하트마 간디(1869~1948), 테레사(1910~1997) 등이 멘토로 달라붙어 삶의 이유에 대해 설명해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불꽃으로 대변되는 열정을 바칠 목표를 발견하지 못했다.


‘소울’은 불꽃이 삶의 목적은 아니라며 손을 내민다. 태어날 준비가 됐을 때 목표 또한 자연스럽게 채워진다고 강조한다. 모든 도구적 존재자가 목적 연관의 전체 안에서 각자 의미를 갖게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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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우리 세계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중심으로 구조화돼 사람들 각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된다고 설파했다. ‘태어나기 전 세상’의 심연에도 무아지경에 빠진 영혼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집착으로 길을 잃은 그림자 영혼도 있다. 조와 ‘22’는 세상의 경험에서 유래하는 편견이나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그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구원한다. 아마 갓 태어난 사람처럼 놀라움과 경이로 순간순간을 발견하고 배우며 살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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