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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눈물 있는 정치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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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눈물 있는 정치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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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희 전문위원


새해초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인터뷰가 울림으로 다가왔다. 담담한 암투병. 생과 이별을 목전에 둔 석학. 그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 한방울’을 화두로 던졌다. 피 흘린 혁명, 땀 흘린 경제부흥. 이제는 피와 땀의 논리를 넘어서자고 했다. "눈물없는 자유와 평등이 인류 문명을 초토화시켰다"고 일갈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치부 데스크로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믿기 어려운 특종을 알아왔다. 노 대통령이 야당과 대연정을 추진할 뜻을 굳혔다는 것. 반신반의하니 취재노트를 보여줬다. 당시 유인태 정무수석 언급이 깨알처럼 적혀 있었다. 벼랑끝 정파대립과 지역감정. 그를 타파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법을 바꾸고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했다. 역시나 야당 반응이 시큰둥했다. 승자독식 유혹을 버리지 않았다. 더 들끓은 쪽은 여권. 애써 잡은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반발이 심각했다. 결국 대연정 추진은 없던 일이 되었다.


새해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얘기를 꺼냈다. 대연정 구상에 비하면 작은 화합 제스처였다. 그 또한 호응이 시원찮다. 어느 진영도 상대를 포용할 분위기가 아니다. 타인을 위한 눈물의 길은 아직 멀리 있다.


현 정권에서 적폐청산의 서슬이 시퍼랬다. 방법론·속도에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요즘은 다른 면에서 서글프다. 보수쪽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만나면 분기탱천이다. 정권교체를 이뤄 되갚아주겠다는 결기가 대단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수쪽 지지를 한몸에 받는 주요 배경이다. 윤 총장의 좌고우면 않는 직진 성향. ‘복수의 칼’로서 적격이라는 것이다. 진보쪽이 이를 모를리 없다. 무슨 수를 쓰든지 정권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무슨 화합·화해가 이뤄질 수 있을까.

모든 집권자가 국민통합을 공언한다. 그럼에도 역사는 반복된다. 여야간 정권교체가 되건, 정권승계가 되건 과거털기는 이어진다. 새해가 되었으니 다시 믿음을 가져본다.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대화합을 넘어서는 새 정치의 단초가 마련되기를 소망해본다. 진영 대립과 국가 난맥상이 절정에 이르면 정치인도, 국민들도 깨달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정책의 사법적 단죄부터 신중하길 제안한다. 1997년 김영삼 정권 말기 외환위기가 터졌다. 당시 경제수석은 김인호. IMF 사태의 주범으로 몰려 구속까지 되었다. 죄명은 그때만 해도 낯설었던 직무유기·직권남용. 그는 ‘계백장군론’을 내세웠다. 백제가 멸망했다고 계백장군이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직무유기·직권남용을 놓고 정치권의 고소·고발이 빈번해졌다. 법원의 판단도 엄격해졌다. 상대 정파를 괴롭히는 주요 수단으로 떠올랐다. 4대강 사업, 원전 축소. 뇌물, 특혜, 증거인멸은 엄중한 사법처리가 마땅하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정책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지 말았으면 한다. 찬반 논리로 토론할 대상이다. 그 자체를 법원에 가져가면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가는 방향이 다르다고 관용의 눈물마저 말라서는 안된다. 한방울의 눈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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