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범죄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 강화를 위해 마련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른바 정인이법)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발의된 6개의 아동학대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이번 달 5일 발의된 3개의 일부개정법률안 등 6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을 통합·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의결했다.
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송 보도로 ‘정인이 사망 사건’이 재조명 받은 이후 여야 의원들은 불과 3~4일 사이 15개의 개정법률안을 쏟아냈지만, 이중 위원회 대안에 반영된 건 5일 발의된 3건에 불과했다.
법제사법위원장 명의로 제안된 대안에는 “현장출동, 현장조사 및 응급조치 등 현행법상 아동학대사건 대응 절차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함으로써 아동학대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아동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 제안이유로 명시돼 있다.
개정 아동학대처벌법 어떤 내용 담겼나
이번에 개정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의무를 부과한 점이다.
개정안은 제10조(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에 ‘2항에 따른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있는 경우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4항을 신설했다.
아동학대범죄 조사를 위한 경찰이나 공무원의 권한이 강화됐다.
우선 제11조(현장출동) 2항의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장소를 기존 ‘신고된 현장’에서 ‘신고된 현장 또는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장소로 확대했다.
또 제12조(피해아동 등에 대한 응급조치) 7항을 신설해 사법경찰관리가 아동학대범죄 행위의 제지나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배 또는 차에 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피해아동에 대한 조사 절차나 아동학대범죄 현장에 대한 조사 규정도 보완됐다.
제11조(현장출동) 5항에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신고된 현장에서 아동 또는 아동학대행위자 등 관계인을 조사하거나 질문을 할 때 피해아동, 아동학대범죄 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또 제11조 7항에는 현장출동에 사법경찰관리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동행하지 않았을 때에는 수사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 간에 현장출동에 따른 조사 결과를 서로에게 통지하도록 의무규정을 마련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피해아동의 보호 및 사례 관리를 위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아동학대행위자나 관계인에게 출석·진술 및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11조의 2(조사) 1항 후단에 ‘아동학대행위자 및 관계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해 출석 요구나, 진술 요구,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 사람에게는 역시 신설된 제63조(과태료) 1항 3의2호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동학대범죄 사건의 증인이 피고인 또는 그 밖의 사람으로부터 생명·신체에 해를 입거나 입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검사가 관할 경찰서장에게 증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요청하도록 제17조의2(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증인은 검사에게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청구할 수 있고, 재판장은 검사에게 이 같은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또 요청을 받은 관할 경찰서장은 즉시 증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그 사실을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벌금과 과태료의 상한액도 상향됐다.
먼저 사법경찰관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을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그 업무수행을 방해한 제61조(업무수행 등의 방해죄)의 법정형 중 벌금액 상한을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3배 이상 높였다. 앞으로 업무수행 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판사의 소환에 따르지 않거나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거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사법경찰관리,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이 수행하는 현장조사를 거부한 경우 등에 부과되는 제63조의 과태료 상한액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였다.
이밖에도 72시간을 넘을 수 없었던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 등으로부터 격리 ▲피해아동 등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등 응급조치(제12조 3항) 기간 계산 시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도록 함으로써 피해아동 등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48시간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임시조치 청구 신청을 받은 검사가 제15조 2항에 따라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 역시 기존 ‘응급조치가 있었던 때부터 72시간 이내’에서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도록 해 최대 48시간 연장이 가능해졌다.
법무부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아동학대사건의 조사와 사례관리에 필요한 전문지식, 아동학대처벌법에서 정한 절차, 관련 법제도,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아동의 인권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조사방법 등에 관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실시해야 되는 대상(제55조)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종사자 외에 사법경찰관리가 추가됐다.
가정법원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의 기간이 종료된 경우 법원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의무 조항(제51조 5항)을 신설했다.
아동학대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 빠져… 13일 정인이 양부모 첫 재판
이번 개정안에는 아동학대범죄의 법정형을 높여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정형이 높아질 경우 오히려 피해자 등이 신고를 꺼리게 돼 아동학대범죄가 은폐될 가능성이 있고, 검찰이 기소할 때도 입증의 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상 학대를 통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아동학대중상해죄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된다.
한편 지난해 1월 정인이를 입양한 뒤 수개월에 걸친 폭행 등으로 정인이를 사망하게 한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에 대한 첫 재판이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부 안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장씨 등에 대한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복수의 부검의에게 정인이의 진료기록과 증거 사진 등을 통해 사망 원인과 부상 정도 등을 재감정해 줄 것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흑백요리사 최현석도 당했다, 진화하는 '노쇼족'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