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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권리" vs "너무 민망해" 레깅스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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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촬영…1심 유죄, 2심 무죄, 대법원 유죄
사건 알려지며 레깅스 일상복 논란에 '성인지 감수성' 갈등까지
일부 남성들 "공공장소는 피해달라" , 여성들 "차별적 시선 문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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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하반신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남성들은 레깅스가 많이 보편화 되었다고 하지만 여성들이 입은 레깅스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 민망하게 보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들은 레깅스는 일상복이며 일부 남성들의 차별적 시선으로 인해 각종 범죄도 일어난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레깅스를 바라보는 남녀의 생각 다툼이 일고 있는 가운데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범죄까지 일어나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남성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판결을 받아 이른바 `레깅스 입은 여성 몰래 촬영` 범행을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 무죄였던 `레깅스 불법 촬영 범죄`, 대법서 뒤집혀…"성적 수치심 유발"


7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018년 버스를 타고 있던 A 씨는 레깅스 바지를 입고 출입문 앞에 서 있던 B 씨 하반신을 휴대전화로 8초가량 몰래 촬영했다. 당시 B 씨 복장은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헐렁한 상의를 입고 있어서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부위는 적었지만, 옷이 밀착돼 신체 굴곡이 드러난 상태였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1심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특정 부위를 특별히 확대해 촬영하지 않았고, 일상복이 돼 버린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게 양형의 이유였다. 또한, 피해자가 `기분이 더러웠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성적 수치심`을 나타낸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해당 범죄에 대해 성범죄 대상이 반드시 노출된 신체로 한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옷이 몸에 밀착해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할 수 있고, 같은 부위를 촬영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수치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성적 수치심 범위에 대해서는 수치심뿐만 아니라 분노와 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폭넓게 나타날 수 있고 피해자의 진술을 볼 때 수치심이 유발된 것으로 충분히 이해된다고 판시했다. 또 누구든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인 `성적 자유`가 있다고 처음 판시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면서 A 씨는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한 여성이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 여성이 레깅스를 입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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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레깅스 입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 "범죄 왜 저지르나"


문제는 이런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케 할 수 있는 레깅스를 아예 입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성범죄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그 이유를 돌리는 주장이다. 이어 이제는 일상복이 된 레깅스지만 상황에 따라 민망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여성들은 전형적인 가해자의 논리라고 반박했다.


50대 남성 회사원 김 모씨는 "요즘 레깅스 입은 여성들을 가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마주칠 수 있는데, 일상복으로 보기에는 민망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하는 공간 등 특정 장소에서 입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깅스 입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남성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레깅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레깅스를 보는 사람과 어떤 상황에 따라 민망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레깅스는 일상복이 된 지 오래고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이 문제이지 책임을 왜 레깅스를 입는 사람에게 전가하느냐는 지적이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레깅스를 가끔 입지만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레깅스를 입을 권리`마저 목소리를 내야 하나,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0대 대학생 김 모씨는 "레깅스가 민망하다고 말하는 남자들에 의한 논란이 어제오늘이 아니다"라면서 "언제까지 이런 다툼이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등산할 때 거리에서 버스에서 레깅스 입은 사람은 모두 손가락질받아야 하느냐"며 거듭 비판했다.


레깅스가 전시된 한 패션 브랜드 매장.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레깅스가 전시된 한 패션 브랜드 매장.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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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망하다는 레깅스…일상복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


여성들의 주장과 같이 레깅스는 이미 보편화한 복장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특히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집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업계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4월18일부터 5월17일까지 한 달 동안 레깅스 포함한 요가복·필라테스복 하의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91% 늘었다.


이는 '애슬레저'(athleisure) 스타일의 유행으로 애슬레저룩은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가 합쳐진 합성어다. 스포츠웨어와 일상복 경계를 넘나드는 가벼운 스포츠웨어다. 대표적으로는 레깅스, 요가복, 운동복 등이 있다.


또한 국민 10명 중 8명은 '애슬레저룩'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3월 전국 만 15세~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평소 운동 경험 및 애슬레저룩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가 '운동복은 개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답했다.


특히 애슬레저룩에 대해 △활동적이고(65.1%, 중복응답) △편안하며(60.5%) △자유롭고(53.8%) △기능성이 좋다(44.9%) 등 긍정적인 응답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법원은 레깅스를 입은 상태에서 외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 있다는 이유로 몰래 촬영을 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 본인이 몸매가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나온 것이 문제 아니냐`라며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란 특정한 신체의 부분으로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촬영의 맥락과 촬영의 결과물을 고려해 그와 같이 촬영을 하거나 촬영을 당했을 때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따라서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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