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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플랫폼 경제 막는 규제 3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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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플랫폼 경제 막는 규제 3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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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디지털경제로 급속히 전환 중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총생산에서 디지털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60%를 넘어섰으며, 일본 46.1%에 이어 중국 역시 34.8%에 이른다. 특히 플랫폼은 디지털경제의 ‘앙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8월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1위를 차지한 사우디 아람코를 제외하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2위에서 8위까지 모두 플랫폼 기업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이 단연코 지배적이다. 안타깝게도 글로벌 ICT강국인 대한민국 기업이 단 하나도 없다. 그 주요 원인은 우리 플랫폼의 융성을 막는 규제 3적(敵)에 기인한다.


첫째 적(敵)은 관료주의에 입각한 정부부처 간 규제경쟁이다. 플랫폼은 의류, 부동산, 식품 등 의식주는 기본으로 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매개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全사업성은 매개하는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부처의 개입을 초래한다. 관료주의의 속성상 정부부처는 해당 분야의 규제관할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처들간의 갈등과 경쟁은 이제 막 지펴지기 시작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소각’시킬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타다’를 통해 경험하였다.

둘째 적(敵)은 과다한 규제비용의 소모다. 직원이 수 십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과기정통부, 방송통신위, 공정거래위, 중기부, 지자체 등 적게는 5개 많게는 10여 개에 이르는 정부부처를 상대하며 규제에 대응하여야 한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과정에서 스스로 신규 서비스가 규제에 반하지 않음을 입증하여야 하고, 기존 전통적 서비스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러한 입증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하는 규제와 관할 부처는 계속 증가한다. 특히 과다한 규제비용은 거대기업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에게 또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기업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이다. 네이버·카카오는 규제준수 비용을 감당할만하나, 직원 수 십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그러한 규제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기업은 취약한 지위일 수 밖에 없다.


셋째 적(敵)은 플랫폼의 글로벌 속성을 무시한 규제들이다. 플랫폼 경쟁에 있어서 국경은 의미가 없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볼 때 우리의 플랫폼 기업의 존재감은 지극히 미비하다. 이용자는 더 혁신적 서비스로 국경의 제약 없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 속성을 무시한 채 국내만 기준으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논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융성을 막는 규제 3적의 행태는 여전히 지속, 강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부처가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국회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제정법률안」의 입법예고에 이어서, 방송통신위원회 주도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전혜숙 의원을 통해 발의되었고, 중기부 주도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들은 플랫폼을 ‘갑’으로 전제하고, 이들에게 대규모유통사업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하며, 계약 표준화 등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이 적용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상 사업자에는 종업원수가 20명에서 100명 안팎의 숙박·의류·차량·식자재 플랫폼도 포함된다. 거래에 있어서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합리적 증명도 없다. 플랫폼의 탈국경성이라는 특성도 반영하지 못했다. 유럽과 일본을 벤치마킹 했다고 하나 양 국가 모두 수년간 자국 여건에 맞는 사전 논의가 전제되었고, 무엇보다도 플랫폼을 둘러싼 환경이 우리와 다르다. 전 세계에서 자국기업이 개발한 검색엔진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뿐이다. 중국은 정부가 구글을 배제시키며 자국기업인 바이두를 인위적으로 키웠지만 한국의 검색플랫폼은 자생적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디지털 경제 전환기에서 플랫폼 혁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정부가 ‘공정’, ‘이용자 보호’, ‘상생협력’이라는 착시를 도구로 플랫폼 경제에 교각살우(矯角殺牛)를 범할까 우려스럽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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