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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크리스마스와 세금

최종수정 2020.12.22 12:00 기사입력 2020.1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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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캐럴이 울려퍼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언제나 깊다. 종교적 배경을 논외로 한다면 예수께서 유대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역사적 배경은 세금이다.


신약성서에 기술된 예수의 탄생 대목은 다음과 같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천하에 호구조사령을 내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본 고장을 찾아 길을 떠났다. 요셉도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을 떠나 유대 지방의 베들레헴으로 갔다. 베들레헴에서 마리아는 달이 차서 아이를 낳았다. 여관에 방이 없어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말구유에 눕혔다“

로마는 기원전 8세기에 작은 마을로 시작된 후 700여년 동안 지중해 권역을 석권하는 거대제국으로 발전하지만 격렬해진 내부 갈등으로 내전까지 발생한다. 아우구스투스 황제(BC 63~AD 14)는 혼란을 수습하고 로마를 후일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평화로 불리우는 전성기로 이끌었던 지도자였다. 32세에 명실상부한 1인자의 입지를 확보하고 통치체제, 군대, 행정 등 국가운영 전반에 걸친 개혁에 착수했다. 이에 따른 세금제도 정비를 위해 '켄수스(Census)'라는 인구조사를 진행해 로마 제국의 신민들은 출생지에 가서 신고를 하게 되었다. 세금제도 정비를 위한 로마 황제의 포고령이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던 역사적 배경이다. 켄수스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되는 인구주택총조사인 센서스라는 명칭의 유래가 되었다. 이후 아우구스투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건전 재정과 넓고 얕게 걷는 공정한 세금제도로 중흥의 기초를 닦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는 물론 종교단체, 기업, 개인에 이르기까지 문명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경제단위에서 지속가능성의 기본조건은 재무적 건전성이다. 영역을 막론하고 소위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무너지면 현금흐름이 악화돼 존립이 어렵다. 국가의 경우는 건전한 재정과 합리적 세금제도가 핵심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는 '다시, 국가를 생각한다'에서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 영국에 이르는 대표적 국가들의 흥망성쇠 패턴을 경제규모와 국가재정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도출했다. 공통적으로 경제적 번영으로 빈곤에서 탈피해 국가가 부유해지면 비대해진 관료조직이 규제를 양산하면서 경제발전을 가로막는다. 명분에 함몰되어 현실과 괴리된 정치인과 관료들이 합작해 실물경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재정이 악화되고 세금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사회의 낙관적인 전망도 위축되며 쇠퇴한다. 중국 명나라의 경우 당시 유학자들은 상인들을 기생충으로 비하했다. 그리고 관료조직을 확장해 상인들을 감시하고 궁극적으로 억압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경제의 숨통을 옥죄고 왕조를 내부적으로 몰락시켰다고 평가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위기 국면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기침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 추세에서 이미 저성장과 고령화로 인해 세수기반은 위축되고 있었다. 이는 공공부문도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변화해서 수지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일시적 필요성과는 별개로 팽창하는 공공부문에 소요되는 자금조달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세금이 인상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세금이 급증하면서 주택을 소유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팔려고 하니 양도세가 겁나고, 그냥 살려니 보유세가 부담스럽고, 죽으려면 상속세가 무섭다'는 탄식이 나오는 지경이다.

2000년 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인구조사는 예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시는 계기가 되었다. 세속의 황제는 합리적 세제로 공동체를 번영으로 이끌었고, 천상의 구세주는 복음으로 사람들을 구원했다. 크리스마스에 즈음하여 세속과 종교, 세금과 복음의 의미를 반추해 본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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